국내 증시가 연초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한 달 만에 1조원 이상 늘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수혜주’ ‘로봇 수혜주’ 등 연초 상승한 테마성 종목에 신용 투자가 몰렸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6조4933억원이다. 지난달 16일(15조3616억원)에 비해 한 달 사이 1조1317억원 증가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가 이날까지 5.17% 상승하는 등 다른 국가보다 유독 강세를 보이면서다.
특히 연초 조선주, 로봇주 등 호재성 소식에 급등한 종목을 중심으로 신용잔액이 크게 늘었다. 트럼프 정부에서 군함 수주 전망이 커지며 수혜주로 꼽힌 한화오션의 신용잔액은 지난 2일 959억원에서 16일 1097억원으로 13.5% 불어났다. 또 다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 한화엔진의 신용잔액도 2일 71억원에서 16일 103억원으로 45%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지분 매입 소식에 급등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신용잔액이 크게 늘었다. 2일 305억원 수준에서 전날 538억원으로 2주 새 76.3% 증가했다. 비슷한 로봇 테마주인 두산로보틱스도 같은 기간 신용잔액이 372억원에서 465억원으로 25% 뛰었다.
신용거래가 급증한 일부 종목은 급락 가능성이 커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원전선은 2일 신용잔액이 150억원에서 전날 217억원으로 44.66% 급증했다. 신용잔액 비율은 9.16%에 달한다. 신용거래로 매수된 주식이 전체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얘기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