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터사 “연 감독과 일하고 싶어”… 고전 특수촬영물 각본 작업 맡겨
정체불명 연쇄살인 사건 다뤄… 괴이한 사건 속 사회고발 눈길
2일 공개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가스인간’. 이 기상천외한 발상의 기원은 1960년 일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고전 특수촬영물인 ‘가스인간 제1호’를 66년 만에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각본가는 다름 아닌 연상호 감독(48).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토호(TOHO)는 왜 자국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을 한국 창작자에게 맡겼을까.
토호는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연 감독과 일하고 싶다는 게 이 기획의 출발점이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연 감독의 ‘부산행’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던 2016년, 토호 내에서도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2018년에 연 감독을 만나 토호의 클래식 IP를 포함해 작품 약 10개를 제안했고, 연 감독은 이 중 ‘가스인간 제1호’에 관심을 보였다.
기존 구상은 원래 일본의 극장 영화였다. 하지만 양국의 제작비 차이로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던 데다 팬데믹까지 터지며 작업이 지연됐다. 그러다 2020년 연 감독이 ‘가스인간’의 드라마화를 제안했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각본 작업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합류했고 이후 오구리 슌과 아오이 유, 히로세 스즈 등 한국에서도 인지도 높은 일본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했다.그 결과, 극은 한국 시청자에게 꽤 익숙한 구조로 흘러간다. 작품은 가스인간(우치다 우타)의 실체를 좇는 형사 켄지(오구리 슌)와 그의 전 연인이자 방송기자인 쿄코(아오이 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초반에는 가스인간이 벌이는 괴이한 사건사고가 극을 이끈다면, 점차 그의 비극적인 과거가 밝혀지면서 작품은 사회고발적 성격을 띠게 된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들을 인간 연료로 활용했다는 핵심 사건은 형제복지원 사건 등을 연상케 하면서 한국 시청자와의 정서적 거리감을 좁힌다.
다만 엄연히 일본이 배경인 작품이기에 국내 시청자로선 생경한 대목도 없지 않다. 야쿠자 등은 ‘한국판 리메이크작’이었다면 포함되지 못했을 소재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발칙한 상상력과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시각특수효과(VFX) 연출이 더해지며 한국 장르물에서는 보기 드문 질감을 만들어냈다.
토호는 “한일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를 투입시키고, 일본 제작진이 한국에서 이틀간 합숙하며 각본을 수정하는 등 한일 문화 차이를 조정하는 데 힘썼다”며 “해외 크리에이터와 함께 작품을 만든 첫 시도였는데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고 밝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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