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활용해 손상치아 재생 연구
사람 대상 임상까진 수년 더 걸릴 듯
충치를 메우는 레진이나 임플란트 대신 손상된 치아를 스스로 재생시키거나 연구실에서 만든 치아를 심는 ‘재생치의학(regenerative dentistry)’이 차세대 치과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과학자들은 줄기세포와 조직공학을 활용한 치아 재생 기술이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BBC는 19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연구진이 줄기세포와 재생의학 기술을 활용해 충치를 자연적으로 회복시키거나 연구실에서 만든 치아를 환자의 입속에서 자라게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치과 치료는 충치가 생기면 손상된 부위를 제거한 뒤 레진 등 인공 재료로 메우거나, 치아 손상이 심하면 발치 후 임플란트를 식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충전재의 수명은 보통 5~20년 정도로 개인차가 크고, 시간이 지나면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임플란트 역시 신경이 없어 씹는 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세균 감염이나 보철물 교체가 필요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손상된 치아를 단순히 수리하는 대신 치아 조직 자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의 구강생물학 교수인 앤 조지 연구팀은 상아질이 스스로 재생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과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치아 내부 조직인 상아질 생성을 촉진해 충치로 손상된 부위를 자연적으로 회복시키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인공 충전재 없이도 치아가 스스로 손상 부위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워싱턴대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의 하넬레 루오홀라베이커 부소장은 ‘살아있는 충전재(living filling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와 상아질을 만드는 세포를 각각 만든 뒤 이를 결합해 치아 오르가노이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오르가노이드는 스스로 법랑질 단백질을 분비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입속에서 새로운 치아가 자라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재생치의학 책임자인 아나 안젤로바 볼포니 교수는 성인의 잇몸세포와 치아 형성 세포를 이용해 치아 구조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환자 자신의 세포만으로 새로운 치아를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연구실에서 만든 치아가 임플란트보다 더 자연스럽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대체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돼지를 활용한 연구도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은 인간 치아 세포와 돼지의 치아 형성 세포를 결합해 미니돼지 턱에서 사람 치아와 유사한 구조를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도축된 돼지의 턱 속에는 아직 자라지 않은 치아 싹이 여러 개 남아 있다는 점에 착안해 법랑질 형성 세포를 확보했고, 이를 인간 세포와 결합해 치아가 자연스럽게 자라는 환경을 구현했다. 약 3개월 만에 자연 치아와 비슷한 속도로 치아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치아 재생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은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 치아를 잃으면 음식물을 씹는 능력뿐 아니라 사회생활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질병 위험과 조기 사망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실제 치료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앞서 영장류 연구 등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하며, 치아가 입속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용화까지는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재생치의학이 언젠가는 충전재와 임플란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치과 치료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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