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챗GPT-제미나이 비교
남구만 ‘약천집’ 중 210자 분량… 챗GPT, 5군데서 명백한 오역
제미나이도 배경 몰라 잘못 번역
“가독성 측면에선 인간보다 낫다”… 고전 학습량 늘면 성능 개선될듯
최근 학계에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우리 한문 고전의 번역에도 시험적으로 쓰이고 있다. 한 한문학계 원로는 “젊은 연구자들이 번역을 AI에 의존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AI를 쓰면 공부가 늘지 않을까 봐 우려된다는 것이다. AI의 한문 번역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한국고전번역원의 권경순 대외협력처장과 최두헌 선임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챗GPT 4o’(유료), ‘제미나이 2.0 프로’(유료)가 번역한 결과물을 인간 번역자의 것과 비교해 봤다.● 한국어는 청산유수
최 연구원은 “가독성과 한국어의 자연스러움 측면에 한정하자면 챗GPT가 인간 번역자보다 낫다는 느낌도 든다”며 “나중엔 번역의 품질 향상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I는 의역이나 생략된 단어를 살려 옮기는 데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일부 번역물은 예스러운 말투 탓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 군데군데 오역… 신뢰 어려워
연구원들은 “AI를 초벌 번역용으로 쓰려고 해도 아직은 처음부터 사람이 번역하는 것에 비해 별로 시간이 줄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 ‘만능 아닌’ AI, 현명히 활용해야
이 같은 한계는 이들 AI가 학습한 고전 및 우리말 번역 자료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권 처장은 “지금은 인물이나 전례, 고사 등의 정보 검색도 썩 만족스럽진 않은데, 관련 정보가 많은 언어로 질문할 경우엔 더 유용한 답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구자들 사이에선 ‘어차피 대세인 기술이라면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게 준비하자’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 최 연구원은 “향후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사람은 번역이 제대로 됐는지를 살피고, 주석을 풍부히 하는 등 심화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역시 인간 연구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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