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런던] 5년 만에 EPL 정상에 선 리버풀, 통산 20번째+최다 우승 타이 기록…들러리가 된 토트넘은 단일 시즌 최다패 동률

리버풀이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섰다.

리버풀은 28일(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EPL 34라운드 홈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뒀다. 25승7무2패(승점 82)를 마크한 리버풀은 2위 레인저스(18승13무3패·승점 67)와 승점차를 15로 벌려 잔여 4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통산 20번째 리그 우승을 거머쥔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역대 최다 리그 우승 타이를 기록했다.

선제골은 토트넘이 터트렸다. 전반 12분 토트넘의 코너킥 기회에서 도미닉 솔란케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흔들리지 않았다. 4분 뒤 루이스 디아즈가 균형추를 맞춘 데 이어 전반 24분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전반 34분 코디 각포의 연속골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완전히 기세를 탄 리버풀은 후반전에도 경기를 주도했다. 후반 18분 모하메드 살라가 왼발로 골문을 가르며 사실상 승리에 못을 박았다. 토트넘은 후반 24분 데스티니 우도기의 자책골까지 내주며 자멸했다.

리버풀은 마지막 리그 우승이었던 2019~2020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해당 시즌이 무관중으로 진행된 탓에 현장에서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리버풀의 우승 확정을 함께하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이 안필드로 몰렸다. 이 때문에 암표값은 3000파운드(약 573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티켓을 사지 못한 수천 명의 팬들은 안필드 근처에서 거리 응원을 펼쳤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9~2020시즌 리버풀의 우승은 팬들이 없었지만, 이번엔 아니다. 1989~1990시즌 이후 리버풀의 진정한 첫 우승이라 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경기가 끝나고도 안필드의 현장 분위기를 계속 중계했다. 리버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어깨동무를 하고 팬들과 구단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너는 혼자 걷지 않아)을 불렀다.이번 시즌 리버풀 지휘봉을 처음 잡자마자 리그 제패를 이끈 아르네 슬롯 감독은 우승 세리머니에서 지난 시즌까지 리버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의 응원가를 직접 부르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슬롯 감독은 경기 후 구단과 인터뷰에서 “기분이 정말 좋다. 지금은 긴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클롭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마 지금 내 휴대폰에 그의 문자가 와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반 우리는 매우 좋은 출발을 했다. 또 최근 5년간 선전한 맨체스터 시티가 부진한 것도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 애초 우리는 4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지만, 훨씬 뛰어난 실력을 시즌 내내 증명해냈다”고 돌아봤다.

한편 토트넘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이번 시즌 EPL에서 19번째 패배를 떠안은 토트넘은 1992~1993시즌 EPL 출범 이후 역대 단일시즌 최다패 동률(1993~1994시즌·2003~2004시즌)이 됐다. 손흥민은 경기 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밝힌 대로 발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이날 결장했다.

리그에서 동력을 잃은 토트넘은 5월 2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릴 보되/글림트(노르웨이)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손흥민의 출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리버풀전 직후 “손흥민은 보되/글림트와 UEL 4강 1차전 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마 뛰기 어려울 것 같다. 1차전에 나서지 못할 경우 2차전은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허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