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청소년안전망시스템 구축…위기청소년 사각지대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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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4일 천안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전국 학교 밖 청소년 축제인  ‘2024 YES! 꿈드림 축제’에 참석해 청소년들과 명랑운동회를 함께 즐기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4일 천안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전국 학교 밖 청소년 축제인 ‘2024 YES! 꿈드림 축제’에 참석해 청소년들과 명랑운동회를 함께 즐기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정부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축한 청소년안전망시스템이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교육부, 경찰청, 병무청 등 5개 부처가 협력하여 위기청소년을 조기 발굴하고, 상황별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청소년안전망시스템이란 그동안 여러 갈래로 분산돼 있던 위기청소년 관련 정책 안내와 서비스 신청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종합 포털이다. 위기청소년은 만 9~24세 청소년 가운데 가정문제가 있거나 학업 수행 또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건이 어려운 이들을 말한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정 밖 청소년,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정상적인 생활이 곤란한 고립·은둔 청소년 등도 이에 해당 한다.

◇ 흩어져 있던 지원책, ‘청소년 안전망’으로 통합

청소년안전망시스템은 단순한 정보 통합을 넘어, 단 한 명의 청소년도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놓이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지켜보는 ‘디지털 안전망’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여가부 소관 청소년 시설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경찰청 등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종사자용 업무포털’은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1211개 기관이 사용했으며, 가입자 수는 1만명에 육박했다.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 포털’도 가입자 1만1629명을 넘어섰다. 월평균 방문자 수도 2만8074명에 달한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해 8월 29일 오후 인천 중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열린 위기청소년 지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청소년 마음건강 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해 8월 29일 오후 인천 중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열린 위기청소년 지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청소년 마음건강 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기존에는 청소년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공공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저마다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하면서 서비스 중복이나 누락, 연계 지연 등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청소년이 이사하거나 학교를 옮기면 관할 기관이 바뀌면서 서비스가 단절되기도 했고, 민간상담센터나 지자체가 갖고 있는 정보들이 연동되지 않아 체계적인 지원이 어려웠다.

청소년안전망시스템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1년 3월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2023년 6월엔 종사자용 업무포털이, 2024년 5월에는 대국민 서비스 포털이 열리면서 청소년안전망시스템 구축이 공식적으로 완료됐다.

청소년안전망시스템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쉼터, 자립지원관 등 여가부 산하 8개 기관과 더불어 교육부, 경찰청, 병무청, 복지부 등 범부처 기관을 하나로 엮는 역할을 한다. 종사자용 포털에서는 위기청소년 사례관리를 위한 통합 정보시스템을 통해 위기청소년의 개인별 데이터를 기관 간 연계할 수 있다.

현장 인력의 행정 업무 간소화를 통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청소년 지원을 돕는다. 대국민 서비스 ‘청소년1388’ 포털에서는 국민 누구나 각 청소년 지원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합 검색할 수 있고 각 서비스에 대한 신청도 가능하다.

◇ 위기청소년 조기 발견·개입 지원

시스템의 핵심은 ‘연결’이다. 시스템 구축 이후 위기청소년 지원 사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장점이 두드러진다. 병역의무 이행 중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사회복무요원 A의 요청으로 청소년안전망시스템 내에서 병무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넘겨받은 지자체 산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전문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가정 불화에 따른 우울감으로 학교에서 자퇴한 B는 교육청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정보를 서로 공유해 지원책을 마련해줬다. 검정고시 응시나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등 사회 진출을 위한 각종 지원책이 제공됐다. 경찰에 학교폭력을 신고한 또 다른 청소년 C는 경찰이 상담복지센터로 바로 연계한 덕분에 일상생활에 대한 밀착 관리를 받으며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니고 있다. 이외에도 다문화 청소년, 보호종료 청소년 등 상대적으로 제도권 밖에 있었던 청소년으로도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오른쪽 세번째)이 지난해 8월 29일 오후 인천 중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해 위기청소년 지원 현장의 노하우를 청취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오른쪽 세번째)이 지난해 8월 29일 오후 인천 중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해 위기청소년 지원 현장의 노하우를 청취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2024년까지 청소년안전망시스템을 통해 신규 발굴된 위기청소년은 19만9082명이다. 이들에게 제공된 서비스는 1078만2391건이며, 1211곳이 청소년 지원에 참여했다.

특히 교육부와 여가부를 통한 연계가 두드러진다. 2024년 한 해에만 2만3364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이 시스템을 통해 지원받았다.

청소년 개인별 사례 정보가 정리 통합되면서, 각 기관의 개입도 더욱 정밀해졌다. 상담 이력, 서비스 수혜 내역, 생활 정보 등을 기관 간 실시간 공유해 중복 서비스는 줄이되 필요한 지원은 놓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청소년 1명씩 각각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청소년안전망은 단순히 데이터를 쌓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위기 유형별로 개입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서적 위기, 경제적 위기, 가정 내 갈등, 범죄 노출 등 위기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후, 유형별로 개입 매뉴얼을 제공해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 연계 인원만 8000여명…“범부처 협력”

2024년 5월 개통된 대국민 포털은 청소년과 보호자 누구나 쉽게 서비스를 찾아보고 신청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비스 신청은 물론이고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통해 거주지 인근의 청소년 쉼터, 상담소, 진로지원 기관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기존에는 근무 시간 내 전화나 방문으로만 신청 가능했던 서비스가 온라인화되며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청소년 1388 포털.   여성가족부 제공

청소년 1388 포털. 여성가족부 제공

대국민 포털에서는 전문 청소년 상담사들에게 24시간 실시간 온라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청소년 본인의 서비스 이력을 열람하거나, 필요한 경우 증명서 출력도 가능하다. 단순 서비스 안내를 넘어 ‘디지털 청소년 지갑’ 역할도 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9월 ‘학교밖청소년법’이 개정된 것도 청소년안전망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인 또 하나의 계기로 꼽힌다. 법 시행 이후 고등학교 학업중단 청소년도 사전 동의 없이 자동 연계되면서 2024년 4분기에만 6479명의 고등학생이 연계되어 직전 분기 대비 2800여명 이상 증가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자퇴생까지 포함하면 2024년 4분기 연계 인원은 8000명 이상이다. 전년 동기 대비 1600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과거에 비해 위기청소년 발굴 체계가 훨씬 촘촘해졌다는 분석이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현장에서는 과거 대상자의 정보를 모으는 데만 수일이 걸렸다면,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대상자의 주요 서비스 제공 이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초기 개입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고 평가한다. 여가부는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연계, 개인정보 보호 강화, 참여 기관 확대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청소년안전망시스템 개통으로 기관 간 연계 부족에 따른 단절을 해소하고, 위기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해 필요한 서비스를 빠짐없이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앞으로도 복지부, 교육부 등 청소년 유관 범부처와 연계 협력을 강화해 위기청소년 발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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