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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국내 공유숙박 현황과 피해 사례 |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뉴욕·도쿄·파리·바르셀로나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은 공유숙박의 급격한 확산이 주거비 급등, 소음·치안 불안, 오버 투어리즘 등 사회적 부작용을 낳자 단기적 혼란을 감수하며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 등록제 도입, 임대일수 제한, 플랫폼 책임 강화가 대표적이다. 이 조치들은 시행 초기 숙소 부족과 가격 상승을 불러왔지만 합법 민박 확대와 주거 안정, 관광 질서 회복 등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공유숙박의 미등록 비중이 90%에 이르는 가운데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내달 16일부터 미등록 숙소 영업을 전면 차단하기로 하면서 제도와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공급 감소,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등록 숙소 퇴출, 공정 경쟁 등 국내 숙박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결정, 국내외 OTA업계 압박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공유숙박 숙소는 약 7만 2000개(2023년 기준) 중 합법적인 등록 숙소는 7200여 개인 10%에 그친다. 나머지 6만여 개는 미등록 상태에서 영업해 왔다.
이 같은 비정상인 구조는 소비자 피해로 직결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에어비앤비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309건에 달한다. 환불 불이행, 예약 누락, 위생 문제 등 상당수가 미등록 숙소에서 발생했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은 “안전·위생 점검과 세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는 미등록 숙소가 소비자 피해의 주범”이라며 “퇴출은 시장 자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에어비앤비의 이번 결정은 미등록 숙소를 판매 중인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슬기 세종대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소장은 “소비자 신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에어비앤비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분석했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국내 OTA도 예외는 아니다. 두 플랫폼 모두 펜션·민박 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역차별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한 OTA 관계자는 “등록번호 자동 검증과 실시간 연동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기술 투자와 행정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래객 2000만 명 시대…숙박난 가능성↑
문제는 늘어나는 외래 관광객과 맞물린 공급 부족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방한 외래관광객 1117만 명 가운데 약 14%가 공유숙박을 이용했다. 방한 외래 관광객이 2000만 명일 경우 약 280만 명은 공유숙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등록 숙소 퇴출로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숙박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2023년 이후 숙박료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외래 관광객이 2000만 명까지 늘어날 경우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객실 부족과 가격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도시들도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뉴욕은 단기임대 규제 이후 호텔 평균 객실 요금이 5% 넘게 상승했다. 도쿄는 2018년 민박신법 시행 직후 숙소 수가 절반 이하로 줄면서 단기 공급 부족 상황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국내 공유숙박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김형우 원장은 “시장 전체에 합법화를 압박하는 신호”라며 “국내 호스트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이 뒤따르지 않으면 자율규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국인 숙박 불허, 실거주 요건, 건축물 제한 등 현행 규제가 합법 등록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인재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원스톱 신고제, 등록번호 검증 시스템, 안전·위생 최소 기준 마련 같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