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대로 향하는 빈 접시를 보면서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셰프가 10시간 공들여 만든 아름다운 요리도 포크나 스푼에 의해 몇분만에 사라지잖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죠.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제가 느낀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셨으면 해요.”
에드워드 리 셰프가 접시 위에 소스를 플레이팅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저 접시에 소스를 담는가 싶더니, 덜어 놓은 자주빛 소스를 숟가락으로 내리쳐 수직으로 낙하한 듯 연출하고, 캔버스에 붓질을 하듯 주황색 소스를 접시 위에 쓸어 바른다. 초록색 소스는 흘리듯이 흩뿌려 마치 한 폭의 추상 작품같은 모습을 완성했다. 아트 바젤 홍콩 14주년을 기념하며 14가지 소스를 활용해 지난 25일 진행한 그의 퍼포먼스 장면이다.
아트 바젤 홍콩 VIP 프리뷰가 시작된 날 밤,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의 현대미술관 엠플러스(M+)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에드워드 리의 퍼포먼스에 참여하기 위한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였다. 스테이크가 꽂힌 포크를 하나씩 집어 든 100여 명의 관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에드워드가 플레이팅한 소스를 찍은 후 맛봤다.
찍는 방식은 자유롭다. 그림을 그리듯 일직선을 그어도 되고, 모양을 내도 된다. 스테이크에 소스를 묻힌 후 다른 접시 위에 뿌리는 방식도 가능하다. 관객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접시 위 소스들이 어지럽혀지면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그래피티의 자유분방함 닮은 퍼포먼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예술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표현해왔다. 퍼포먼스 이후 아르떼와 만난 그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대표 화가 렘브란트부터 20세기 추상표현주의의 선두자 잭슨 폴록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미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 세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에세이 <그래피티 버터밀크>에서 그는 그래피티 예술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즉흥적인 행위와 자유로움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래피티 예술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저는 그래피티의 핵심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일시적이죠.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음식이 얼마나 순간적인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몇 초 만에 사라지고, 한 번 지나가면 영원히 사라지니까요. 사람들이 이 특별한 순간을 느꼈기를 바랍니다. 한 번 하고 나면 영원히 사라지는 그런 경험이요.”
그는 요리에 이야기를 담는다. 이민자로서 자신이 경험한 삶과 문화는 물론, 철학을 보여준다. 이번 작업에도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다.
“셰프로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오늘 이 작업은 제가 혼자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레스토랑도 손님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듯이, 항상 공동체가 중요하죠. 오늘 제가 선보인 퍼포먼스 역시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듯이요.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수 홍콩 건축가도 참여
이번 이벤트를 위해 네 명의 크리에이터가 의기투합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를 비롯해 건축가 오토 응, 미디어 아티스트 에디 강, 바텐더 김하림이 함께 했다. 오토는 침사추이의 문화예술공간 K11 뮤제아, 필립스 옥션 홍콩 사옥 등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한 건축사무소 LAAB의 수장이다.
그의 팀은 길이 3.6m에 달하는 접시를 제작해 무대 위에서 100여 명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확장될 수 있도록 했다. 접시의 이름은 ‘하버 플레이트(Harbour Plate)’로, 홍콩인들에게 사랑받는 빅토리아 항구가 모티브가 됐다.
“이 접시에는 우리가 있는 위치와 구룡 반도, 홍콩섬이 표현돼 있어요. 엠플러스가 항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 풍경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토는 안성재 셰프의 레스토랑 모수 홍콩의 공간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협업으로 그는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두 명의 셰프와 함께 호흡을 맞춘 건축가가 됐다.
“두 세프 모두 완벽함을 중요시하고 디테일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떠올리고, 다듬어가며 아름답게 구현하죠.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매우 시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 역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함께 즐겁게 일했습니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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