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급' 갈등에…멈춰선 인천공항 수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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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개장할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미술품 수장고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장고 미술품 보관에 필요한 항온·항습용 냉난방 시설 등을 위해 5㎞에 이르는 열 수송관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송관 설치 비용만 약 150억원이 드는 바람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갈등에…멈춰선 인천공항 수장고

◇ 착공 연기된 인천공항 수장고

15일 인천공항공사와 지역 미술계에 따르면 올해 초 착공할 예정이었던 인천공항 수장고 건립 사업이 하반기로 연기됐다. 공사와 수장고 사업 시행자 측이 미술품 보관·관리·유통을 위해 자체 냉난방 에너지 설비를 갖추는 설계에 착수했으나 인천공항에너지가 지역 열원 사용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인천공항에너지는 수장고가 있는 지역에 열에너지를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인천공항에너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정한 지역에는 집단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집단에너지사업법 5조’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수장고 개발 예정지는 영종도 집단에너지 공급구역 내에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의 상위 기관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인천공항에너지와 체결한 협약에 따르면 ‘에너지 운송을 위한 신규 배관 설치비는 공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어 당초 예정에 없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경직적 규제로 미술품 훼손 우려도

인천공항에너지는 2001년 상업 운전을 시작해 영종도 지역에 열원(전기와 열에너지)을 공급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99% 지분을 확보한 자회사지만 공항에너지 측은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른 법 준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사와 사업 시행자는 수장고 설계부터 반도체 제조시설에 준하는 자체 열원 공급 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집단에너지 공급 방식의 열원 품질 유지 문제로 미술품 손상·변형이 발생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배상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신규 배관 설치에 따른 예산 낭비 등 문제도 지적했다.

공사 관계자는 “수장고 부지가 열 수송관 말단 지역에 있어 상당량의 열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최대 80만 점의 미술품이 보관된 수장고에서 열원 공급 불안정 사유로 훼손이 발생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 비용이 연 1억8500만원에서 4억2600만원으로 늘어나고, 열 수송관 설치·설계 변경·배상책임 보험료 증가 등으로 최대 약 6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인천공항에너지는 미술품 수장고 개발구역은 집단에너지 공급 지역이므로 지역 열원 사용이 의무라고 주장한다. 수장고 열에너지 공급이 안정적이며, 공사와 사업 시행자 측 우려는 기술적 협의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집단에너지법에 따르면 수요자가 자체 열 생산시설이 필요하면 정부 측 허가를 거쳐 신설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다”며 “해당 조항과 경제자유구역법 등 여타 법령을 검토하고 관련 기관들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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