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보는 틴매일경제
청소년 10명 중 7명
“생성형AI 써봤다”
학교 과제는 물론
친구처럼 고민 상담
챗GPT에 “시험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자요”라고 입력했더니 금세 “시험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긴장되어서 잠이 잘 안 올 수 있어요. 잠들기 전엔 깊게 숨을 쉬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세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마치 사람이 직접 해주는 것처럼 다정하고 자연스러운 말투였죠.
요즘 청소년들에게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숙제나 공부를 도와주는 건 기본이고 고민 상담까지 맡기는 게 낯설지 않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년 청소년 인공지능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67.9%)이 생성형 AI를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해요.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 역시 부모님이나 친구보다 AI 챗봇을 먼저 찾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친구처럼’ AI와 대화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새로운 중독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중독이란 AI가 들어 있는 기기나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반복 사용하다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챗봇에 일상 모든 걸 의지하거나 유튜브·틱톡의 자동 재생 영상에 빠져 멈추지 못하는 경우, 또 게임이나 가상현실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문제는 이런 습관이 청소년들의 뇌 발달과 감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뇌의 불균형 발달, ‘팝콘 브레인’(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 ADHD 등이 대표적이에요. AI가 제공하는 즉각적 보상과 개인화된 피드백에 익숙해지면 작은 불편과 좌절에 취약해지고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특히 AI를 사람처럼 느끼고 지나치게 친밀감을 가지게 되면 실제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 필요한 대화·소통 능력이 길러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즉시 맞춤 답변에 중독
모든 걸 의존하게 돼
사고·소통 능력 ‘뚝’
사실인 양 꾸며 말하는
AI 환각도 조심해야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AI의 ‘환각’ 현상입니다.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만약 학생들이 이런 답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잘못된 학습이나 판단 실수로 이어질 수 있어요. 결국에는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점점 약해지겠죠.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안전 울타리(가드레일)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쉽게 중독될 수 있는 플랫폼은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거예요. 또 디지털 기업들도 “우리 서비스가 중독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픈AI는 보호자 계정 연동과 위기 알림 기능을, 메타는 위험한 대화를 막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청소년들이 이런 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에요.
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우리는 그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예요. 여러분은 AI를 공부나 일을 도와주는 도구로 쓰고 있나요, 아니면 외로울 때 기대는 친구처럼 의지하고 있나요?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AI 시대를 더 건강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혜순 기자. 전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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