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이달 초 열린 US여자오픈 현장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했다. LPGA 투어 통산 5승을 거둔 미셸 위는 어린 딸과 함께 코스를 찾았고, 스웨덴의 마들린 삭스트룀은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출산과 육아, 임신이 선수 생활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 풍경은 LPGA 투어에서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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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7개월의 마들린 삭스트룀이 US여자오픈에서 경기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투어 현장에서 어린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LPGA 투어 대회장 한편에는 선수 자녀를 위한 ‘이동식 어린이집’이 운영된다. LPGA 투어가 25년 넘게 운영해온 ‘차일드 디벨롭먼트 센터’(Child Development Center)다.
보육 시스템뿐만 아니라, 출산 복귀 제도 역시 잘 짜여져 있다. LPGA 투어는 출산 후 복귀 선수의 시드를 일정 기간 보호한다. 출산 후 최대 2년 안에 복귀할 수 있고, 복귀시 기존 시드를 일정 기간 유지해주는 출산 장려책도 마련돼 있다. 단순한 복지를 넘어 선수 생명 연장 장치다.
이 덕분에 ‘엄마 선수’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미셸 위, 삭스트룀 외에도 지난해 5월 출산 후 9월 투어에 복귀한 앨리슨 리는 US여자오픈에서 마지막 날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경기 도중 아들을 안고 인터뷰하는 모습도 보였다. 출산 이후에도 경력 단절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은 제도와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국내 투어는 어떨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엄마 선수들이 활동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박주영, 안선주 등이 출산 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뿐, 엄마 선수들이 많지 않다.
KLPGA도 임신에 따른 시드 연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복귀 이후다. LPGA처럼 대회장을 따라 이동하는 보육 시스템이나 가족 친화적 지원 체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육아 부담은 여전히 선수 개인의 몫이다.
이제는 국내 투어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시점이다. LPGA처럼 이동식 보육 시설 운영을 검토하거나 수유실, 가족 휴게 공간 등 육아 지원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출산 이후 일정 기간 시드를 보호하고 복귀 초기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등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현재는 2년 내 복귀 후 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소멸된다.
투어의 경쟁력은 상금 규모나 대회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
US여자오픈에서 딸의 손을 잡고 코스를 찾은 미셸 위와 임신한 몸으로 경쟁에 나선 삭스트룀의 모습은 우연히 만들어진 풍경이 아니다. 삭스트룀은 출산 후 선수 생활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선수들이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겪은 뒤에도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제도와 환경이 만든 결과다.
출산과 육아가 선수 생활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출발점이 되는 환경. 그것이야 말로 탄탄한 투어가 갖춰야 할 조건이며, KLPGA가 고민해야 할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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