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 씨는 이번 월드컵 기간 식자재 발주량을 평소 대비 75% 늘렸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준비한 물량이 모자라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있었고, 매출도 평소보다 1.5배가량 뛰며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표팀이 역대 월드컵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32강 진출에 실패, 조기 귀국하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 발길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서면서다. 김 씨는 "몇 년에 한 번 오는 대목이라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며 "포장 문의도 많았는데 대표팀 탈락 이후 뚝 끊겼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조기 탈락하면서 대회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와 유통업계의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월드컵은 올림픽과 함께 자영업자들이 '반짝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현지 시차로 인해 오전 시간대에 경기가 치러진 데다가 대표팀의 예선 탈락이 겹치며 매출 견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빠르게 식은 응원 열기…힘 못 쓴 '월드컵 대목'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32강 진출이 무산되면서 매출 증대를 꾀했던 자영업자와 유통기업들의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전날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K조 경기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은 조 3위 경쟁에서 밀려 32강 진출에 최종 실패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과 치킨집, 주점 등 거리 응원 수요를 기대했던 업종도 예상했던 만큼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분위기다.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1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한국 경기 직후 거리 응원을 마친 사람들이 몰리면서 딱 한 시간 정도 매출이 반짝 오른 게 전부였다"며 "오전 시간대에 경기가 열려 예전 월드컵처럼 주류 발주를 늘리지도 않았다. 32강에만 올랐어도 거리 응원이 이어졌을 텐데 경기가 일찍 끝나 아쉽다"고 토로했다.
월드컵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거리 응원이나 단체 관람 문화가 형성되면서 치킨과 맥주, 편의점 간편식 등의 소비가 늘어나는 '대목'으로 통한다. 일부 음식점에서 경기 결과에 따라 안주나 주류를 할인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며 고객 잡기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번 월드컵은 애초부터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웠다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았다. 술을 취급하는 음식점의 경우 경기 시간대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 대회는 시차 영향으로 한국 경기 대부분이 오전에 치러지면서 퇴근 후 회식이나 단체 관람 수요를 끌어들이기 데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대회 일정이 조기에 종료되면서 응원 수요가 더 빠르게 식었다는 설명이다.
광화문역 인근에서 30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60대 유모 씨는 "예전 월드컵이면 손님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식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올해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며 "프랜차이즈 매장이면 몰라도 우리 같은 동네 술집은 월드컵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매출 반등 노렸지만…유통가도 월드컵 마케팅 종료 수순
유통업계도 팝업스토어와 할인 프로모션 등 관련 마케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월드컵에 대한 국민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 속에도 주요 기업들은 대회 개막 전부터 관련 행사를 열고 대대적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응원 분위기를 띄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월드컵을 통해 먹거리와 주류 소비를 자극하고, 이를 매출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이었다.
실제 오비맥주는 대표 브랜드 카스를 앞세워 서울과 수도권 주요 외식업장에서 '카스 뷰잉펍'을 운영하며 거리 응원 수요를 공략했다. 편의점 CU는 인기 맥주 제품군을 최대 60% 할인했으며 GS25도 후라이드 치킨을 반값에 제공하는 등 축구 팬들을 잡기 위한 프로모션에 나섰다. 하지만 응원 열기가 사그라지면서 이 같은 이벤트도 계획보다 이르게 막을 내리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 속에서도 대회 효과를 선점하기 위해 할인 행사에 공을 들여왔다"며 "경기 시차가 안 맞는 악조건 속에서도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마케팅을 종료하게 돼 마케팅 성과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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