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
한국 찾은 日소설가 다와다 요코
일본의 차기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자주 언급되는 소설가 다와다 요코 씨(65·사진)가 19일 한국을 찾았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한 ‘2025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그는 독일어와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중언어’ 작가다.
1960년 도쿄에서 태어난 다와다 작가는 1982년 와세다대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이주했는데, 이때 경험이 작품세계의 뿌리가 됐다. 그전엔 몰랐던 독일어를 익히면서 세상과 사물을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됐다고 한다.
이날 그는 자신이 쓴 소설 ‘히루코 3부작’ 얘기를 꺼냈다. 작중 주인공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을 떠돌아다니며 매일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하다 보니 스스로 언어를 만드는 경지에 이른다. 그는 이에 대해 “주인공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무슨 말이든, 그 말들이 다 섞이든, 말이 조금밖에 통하지 않든 상관없이 우정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다와다 작가는 1993년 아쿠타가와상, 2005년 괴테 메달, 2018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30여 개국에 소개됐는데, 가장 많이 소개된 나라가 한국이다.
보통 작가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쓴 작품을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다와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엑소포니(exophony·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행위)’라는 능동적인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손수 번역할 뿐만 아니라 언어유희 등 다양한 실험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최근 늘어나는 인공지능(AI) 번역에 관해서는 “매년 이탈리아어에서 독일어로 기계번역을 돌려보고 있는데 결과가 안 좋아지는 걸 느낀다”며 “(AI가) 불특정 다수가 한 번역어를 학습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문장 비율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다와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언어유희의 기원을 일본 전통 시(詩)인 하이쿠와 단가에서 찾았다. 그는 “일본 단가 중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아키’는 같은 음가를 가지지만 다른 의미(‘가을·秋’과 ‘싫증·飽き’)가 머릿속에서 뒤섞임으로 인해 새로운 이미지가 태어난다”고 했다.“지금까지 상투적으로 존재해 온 생각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머릿속이 리프레시(refresh)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지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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