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버려라", "어설픈 성공은 때로는 실패가 된다"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는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에서 경영인이라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성공을 버리라는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야나이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몰려 받은 작은 옷 가게를 연 매출 30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책은 야나이 회장이 유니클로를 세계 최대 의류 기업으로 일구며 터득한 경험담과 교훈이 담겼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성공에 안주하지 마라'가 야나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관통하는 말이다. 그는 "현상 유지는 최고로 멍청한 짓이며, 안정지향이야말로 회사를 망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철학은 유니클로가 '플리스 열풍'으로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던 시절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유니클로는 2000년대 초반 내놓은 플리스 재킷이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한국에서도 '국민 아이템'이라 불릴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덕분에 유니클로의 생산량과 매출액은 2년 사이 4배로 늘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에도 야나이 회장은 방심하지 않았다. 저자는 오히려 '플리스 열풍'이 다 지나고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었을 때 마음이 놓였다고 말한다. 유행으로 이뤄낸 성과는 성장이 아닌 "비정상적인 팽창"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매출 하락을 예상하고 생산량을 계획적으로 줄여나가며 대응했다. 야나이 회장은 이 결정을 운전에 비유한다. 그는 "신나게 달리다가 급제동을 걸면 관성의 법칙 때문에 몸 전체가 앞으로 고꾸라질 위험이 있다"며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위험하지 않도록 누군가는 안전벨트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니클로가 성공 가도를 달릴 때 야나이 회장은 더 박차를 가하는 대신 필연적으로 찾아올 매출 하락에 대비했다.
이 사례에서 보이듯 야나이 회장은 성공에 안주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유니클로를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었다. 꾸준히 새로운 국가에 매장을 열고,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고, 여성 의류, 신발 등 사업 영역을 넓혔다.
경쟁 시장을 옷에 국한하지 않은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옷의 경쟁 상품은 옷만이 아니다"며 휴대전화도 경쟁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누가 더 시장을 폭넓게 보느냐의 차이"라고 말한다.
유니클로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야심 차게 도전한 채소 판매 사업도 포기해야 했다. 영국과 미국 등 해외 매장도 적자를 기록해 철수와 폐점을 반복했다.
하지만 야나이 회장은 이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이 실수가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야나이 다다시는 "나는 지금까지 회사를 경영하면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며 "하지만 앞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주저 없이 도전할 것이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야나이 회장은 직원을 쉬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는 독불장군같이 회사를 이끌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이 가정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장애인 고용, 관리직 직원의 다양성 등 직원과 회사 구성원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책은 여성 직원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돼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
이 책의 장점은 추상적인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영 원칙들을 모두 구체적인 경험담으로 뒷받침한다.
저자는 자신의 회사 운영 비결도 숨기지 않는다. 가격 책정 방식, 할인 품목 선정 과정, 매장 운영 방법 등 야나이 회장이 수십년간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들도 아끼지 않고 공개한다.
책은 때로는 자서전처럼 읽히기도 한다. 위기를 이겨낸 성공 사례뿐 아니라 자신의 시행착오와 실패로 돌아간 결정도 가감 없이 담았다. 저자가 글을 쓸 당시 고민하던 전략과 애를 먹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자기 생각을 포장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하는 문체에서 세계 최대 의류회사를 일궈낸 그의 겸손함이 묻어난다.
야나이 다다시의 생각과 자기반성이 담긴 일기장 같은 경영지침서다. 야나이 회장이 직접 집필한 유일한 책이라는 사실도 의미가 깊다. 유니클로의 성장 과정과 야냐이의 철학을 통해 경영인이 아닌 독자도 자기 삶과 커리어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책이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