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 알박기? … 대통령실 인력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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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권 비관료 출신 80여명
대선前 휴가내고 출근 안해"
무단결근 아니라 면직 불가
안보실 등 업무량 폭증 호소
과로 공무원 쓰러져 병원行
"한두달 신분 유지 관례" 반박
신·구정권 알력 다툼 시각도

사진설명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열흘이 흐른 가운데 서울 용산 대통령실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권 인수 기간 없이 새 정부가 곧바로 출범하는 바람에 신정권과 구정권 직원들이 뒤섞인 상황에서 혼란이 커진 탓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직원 일부가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어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전임 정부 출신들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떠날 사람들이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두 달가량 대통령실 직원 신분을 유지해주는 게 관행이었다고 반박했다. 프린터도 종이도 없다던 대통령실이 인력난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 출신 '어공' 직원 80여 명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머지 직원의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의 준말로 비관료 출신 대통령실 근무 인력을 일컫는다. 정치권에 있다가 대통령실로 넘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을 온 관료 출신 직원들은 '늘공(늘 공무원)'으로 불린다.

대통령비서실 인원은 국가안보실을 포함해 최대 490명에 이른다. 시설관리, 수송 등 특수고용직을 제외한 인력은 400여 명 수준이다. 어공과 늘공이 절반씩 차지한다. 이 가운데 늘공은 대선 직전에 부처로 돌아갔다가 긴급 복귀명령을 받고 대부분 다시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다. 반면 어공의 경우 전 정부 출신들이 업무는 하지 않으면서 정원만 차지하고 있어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인력을 수혈할 길이 막혀 있다는 게 대통령실 주장이다.

심지어 일부 전 정부 직원이 '알박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업무를 안하는 상황에서 월급은 받아가고 있다"며 "출근을 하지 않고 있어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사직할 의사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어공 중 일부는 대선 직전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까지 급여를 받을 요량으로 남은 연차를 쓴 것이다. 무단 결근이 아니라면 면직 처리도 어렵다.

정부 부처에서 인력 추가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던 늘공 180여 명은 대선 직전 소속 부처로 복귀했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일부는 인수인계를 끝낸 뒤 부처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관계부처에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지만 각 부서는 새 정부에 파견할 사람을 추려야 하고, 합류하기 전 인사 검증까지 거쳐야 해 즉각적 인력 수급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직원들은 폭증하는 업무량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오후 9시께 대통령실 직원 중 40대 A씨가 근무 중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밤 병원을 찾아가 병문안을 했다. 이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맡은 일은 걱정 말고 건강 회복에만 집중해줬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특히 안보실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선이 끝난 지 2주 만에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이라는 전례없이 빠른 정상 외교가 시작되면서 안보실 직원들은 밤을 새워가며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위성락 안보실장은 눈에 실핏줄이 터진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인력난이 정권 인수 기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한 데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늘공과 달리 어공은 대통령실을 떠나면 실직자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 출신 직원들이 인수인계 기간인 한두 달간 대통령실 직원 신분을 유지하며 구직 활동을 벌이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엔 이러한 기간이 없다보니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한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는 "문재인 정부 어공도 한두 달 대통령실에 남아 월급을 받았다"면서 "이번 대선이 끝나고 근무 기간을 협의하려고 대통령실에 접촉했는데 '알아서 하겠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유예기간도 없이 면직처리를 당한 윤석열 정부측 어공도 꽤 있다"며 "현재 대통령실에 남아 있는 전 정부 어공은 많아야 20~3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안정훈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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