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수 타격왕 2회, KBO리그 최다 1위 황금장갑의 주인공.
오죽하면 한 번 떠나보냈던 자유계약선수(FA)를 포수를 4년 뒤 무려 4+2년 152억원에 다시 데려왔다. 그만큼 대체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 그 역할을 대신할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여전히 양의지(39·두산 베어스)가 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그런 올 시즌 두산의 주전 안방마님이 누군가를 논한다면 더 많은 경기, 많은 이닝을 소화한 윤준호(26)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양의지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도인 동시에 부상 우려에 뒤따른 게 주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두산은 자연스레 양의지 이후의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윤준호가 그만큼 안정적인 활약을 펼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고-동의대를 거쳐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윤준호는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4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빠르게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한 윤준호는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성장했다. 2024년 34경기 타율 0.327, OPS(출루율+장타율) 0.858로 활약한 그는 이듬해 91경기에서 타율 0.361 11홈런 87타점 65득점, 출루율 0.439, 장타율 0.563, OPS 1.002로 활약한 뒤 전역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윤준호는 백업 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타격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양의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많은 기회를 얻었다. 양의지는 올 시즌 팀이 치른 86경기 중 83경기에 출전했지만 포수로서는 48경기 361⅓이닝만 마스크를 썼다.

반면 윤준호는 62경기에 나섰는데 이 중 61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날도 노련하게 투수와 합을 맞추며 곽빈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이끌었고 타선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2회말 타선이 힘을 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2사 3루에서 타석에 오른 그는 전영준의 존 상단에 걸치는 시속 146㎞ 직구를 강타,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타구는 시속 162.5㎞ 빠른 속도로 외야로 향했고 비거리 125m 대형 홈런이 됐다. 올 시즌 3번째 대포.
이 홈런으로 두산은 3-1로 앞서갔고 선발 곽빈은 더 힘을 내며 7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든든히 마운드를 지켰다. 결국 두산은 7-3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타석에서는 윤준호가 유리한 카운트에서 자신있는 스윙으로 결승 홈런을 날렸다"고 칭찬했다.
윤준호는 "오랜 만에 손맛을 봤다. 타격 전까지 치기 까다로운 공을 잘 참아낸 것이 주효했다"며 "마침 실투가 들어왔고, 맞는 순간 넘어가는 것을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4회 1사 2루에서 날린 내야 안타는 윤준호의 태도를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후 강승호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때 1루 주자 윤준호까지 득점할 수 있었다. 그는 "간절함이 내야 안타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매 타석 전력 질주할 뿐"이라며 "스스로 발이 빠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박)준순이는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양의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포수로 적지 않은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있었지만 주전 자리를 위협한 이들은 없었다. 한 시즌 많은 기회를 얻은 적은 있어도 꾸준하지 못했다.
이미 전반기에만 많은 기회를 얻고 있는 윤준호는 두산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포스트 양의지'가 될 수 있는 재목임을 증명하고 있다. 올 시즌 62경기에서 타율 0.279(104타수 29안타) 3홈런 12타점 15득점, 출루율 0.345, 장타율 0.404, OPS(출루율+장타율) 0.749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에선 타율 0.350으로 해결사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 올 시즌 주전급 포수로 활약하는 이들 중 한준수(KIA·타율 0.324), 허인서(한화·타율 0.294)에 이어 타석에서도 돋보이는 포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윤준호도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만큼 더욱 절실하게 나서고 있다. "올 시즌 기회를 주시며 믿고 맡겨주시는 김원형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그는 "항상 큰 목소리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5회초엔 이지영의 파울 타구에 맞고 한참 동안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으나 이내 털고 일어나 경기를 끝까지 마쳤다. 윤준호는 "사실 타구에 맞은 뒤로는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간절하게 버텨냈고 팀의 승리를 끝까지 책임졌다.
시선을 너무 멀리 두기보다는 매 경기 절실한 마음으로 눈앞의 경기만 바라본다는 생각이다. 윤준호는 "전반기를 위닝 시리즈로 장식할 수 있도록 내일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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