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세계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올해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대만 소설가 양솽쯔는 1일 서울 남대문로4가의 한 오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같은 방향’은 여성과 국가 폭력이다. 그는 “(한강 작가와 나는)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주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그의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다. 대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1938년 대만에서 1년을 보내게 된 일본 여성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와 통역을 맡은 대만 여성 왕첸허의 미식 여행을 내용으로 한다. 식민주의, 젠더, 언어와 문화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최근 국내 출간된 <꽃 피는 시절>도 1920년대 일제강점기로 시간 여행을 한 현대 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
양솽쯔는 여성의 눈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 일본만화를 보면 남자아이들은 야구선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매니저 역할 등 따라가는 존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여성들도 꿈이 있었지만, 이들의 꿈이 역사에 기록된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다”면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을 문학을 통해 알리고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양솽쯔가 해외 일정을 적극 소화하는 배경에는 국제정세 속 대만의 위치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2026년 대만은 굉장히 위험하고 많은 압력을 받는 상태”라며 “이런 정치적 추세 속에서 대만의 더 다양한 면모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고, 문학적 방법을 통해 대만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양솽쯔는 2014년 대만에서의 ‘해바라기 운동’을 계기로 자신의 정체성이 ‘대만인이자 중국인’에서 ‘대만인’으로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후 많은 대만 작가들은 중국이 쓸 수 없고 오직 대만에서만 쓸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솽쯔는 ‘문학의 힘’을 믿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그렇다고 했다. 다만 그 힘은 약이나 수술처럼 즉각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사회가 한 번에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한 개인의 인생보다 더 긴 수명을 이어나가면서 다음 세대가 이것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학에서 내가 기대하고 희망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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