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알고리즘 가격 책정, 담합일까? [광장의 공정거래]

1 week ag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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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가격표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거에는 인간이 일일이 시장 상황을 파악해 수동으로 가격을 조정했다면, 이제는 컴퓨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른바 '알고리즘 가격 책정(algorithmic pricing)' 시대다.

알고리즘 가격 책정이 담합?...핵심은 '사업자 간 합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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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가격 책정이란 단순한 규칙 기반의 엔진부터 인공지능(AI) 구동 모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가격을 설정하는 모든 방식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혁신일 수 있지만, 새로운 기술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핵심 쟁점은 알고리즘이 '담합'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는 알고리즘 가격 책정을 통해 가격담합을 실행·조장할 수 있다. 동일한 가격 책정 알고리즘을 공유하거나, 서로의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알고리즘이 순식간에 가격을 올리는 '암묵적 담합'의 여지도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처벌하려면 담합의 외형이 나타났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업자 간 '의사의 합치(합의)'가 증명돼야 한다. 알고리즘 가격 책정은 사업자들 간 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美, '비공개 데이터 공유·가격 수용 강제' 판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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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다른 두 개의 미국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임대료 책정 알고리즘을 다룬 'RealPage' 사건과 호텔 객실 요금 알고리즘을 다룬 'Cendyn Group' 사건이다. 두 사건은 경쟁사업자가 하나의 알고리즘 프로그램에 가입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점에서 구조가 비슷해 보이지만, 판단은 엇갈렸다.

RealPage 사건의 경우, 공개되지 않은 임대인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데이터 풀(pool)로 사용해서 알고리즘이 임대료를 책정했다. 임대인이 제시된 임대료 제안을 따르도록 모니터링하고 압박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형태의 담합 가능성이 제기돼 '당사자 합의 판결'이 나왔다.

반면 Cendyn 사건에서는 공개된 시장 데이터와 개별 호텔의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객실 요금을 책정했다. 각 호텔이 알고리즘의 권장 가격을 따를 의무가 없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요금을 결정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청구가 기각됐다.

이는 알고리즘 가격 책정이 사용됐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비공개 데이터의 공유·가격 수용의 강제성 여부 등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양날의 검' 알고리즘 가격 책정, 담합일까? [광장의 공정거래]

소비자 맞춤 가격 제시하는 '감시 가격 책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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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감시 가격 책정(surveillance pricing)'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감시 가격 책정은 알고리즘 가격 책정의 하위 개념으로, 소비자의 위치 정보, 브라우징 기록, 사용 기기, 구매 패턴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 및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물은 개인별·집단별로 각기 다른 가격, 맞춤형 차등 할인 및 제품 노출 순서 등으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소비자마다 실제로 지불하는 값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 감시 가격 책정을 통해 '가격이 올라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를 가려내 높은 가격을 부과할 수 있다. 소비자가 누릴 이익(소비자 잉여)을 기업의 이익으로 온전히 흡수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금지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으로 감시 가격 책정을 규율할 가능성이 논의된다. 그러나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된 가격 책정을 기존 프레임으로 규제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주(state) 또는 연방 차원에서 특정한 감시 가격 책정 행위 자체를 금지하기도 한다.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에 의해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알고리즘 가격 책정의 명암...세계 입법 동향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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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성'의 성격을 띠는 감시 가격 책정을 무조건 금지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기업이 가격 변화에 둔감한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매겨 이익을 전유하거나 경쟁사의 고객을 대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해 경쟁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형평의 관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반대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에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이전에는 구매하지 못했을 이들까지 시장에 진입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전체 공급량이 증대되고 시장의 자원 배분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시 가격 책정 등 알고리즘 가격 정책을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만약 규제한다면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 영역의 감시 가격 책정이나 특정 정보를 활용한 가격 책정 자체를 원천 금지할 것인가. 혹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소비자가 알고리즘의 작동 여부를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투명한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택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감시 가격 책정의 실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글로벌 입법 동향과 사례를 주시하면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규제 방식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혁신과 공정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제도적 나침반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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