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경제적·정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부모가 피해 아동에게 돌아갈 경우 재학대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아이가 부모를 그리워하고 재활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부모가 필요하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병만)는 최근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A 씨와 B 씨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과 보호관찰, 특별 준수사항 등도 함께 명령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초등학생 딸 C 양을 두 차례에 걸쳐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생활고와 우울증 등을 비관해 딸을 살해한 뒤 자신들도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두 사람은 의식을 되찾은 C 양이 말을 어눌하게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채 방임한 혐의도 받았다.
범행은 C 양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할머니가 119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인 C 양은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인 C 양은 병원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 씨와 B 씨에게 각각 징역 12년을 구형했다.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질환 등 범행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사람이 피해 아동에게 돌아갈 경우 재학대나 2차 가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재판 과정에서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면서도 “딸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 가족이 다시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뇌손상 등 상해를 입었고, 피고인들이 증거를 없애려 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는 등 범행 이후의 정황도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과 현재 고령의 조부모가 C 양을 양육하며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친척과 지인들이 두 사람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피고인들과 떨어진 뒤 정서적 불안이 상당히 크고 부모를 그리워하고 있다”며 “재활 치료와 건강 회복,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피고인들이 필요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집행유예를 선고한 직후 “피고인들이 살해하려고 했던 피해 아동이 역설적이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선고와 함께 부과된 준수 사항을 성실히 지키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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