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애플 워치 첫 모델부터 거의 모든 버전을 테스트해 왔기 때문에 스포츠 트래킹 기능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만약 러너이자 아이폰 사용자라면, 달리기에 적합한 스마트워치를 찾는 데 있어서 애플 워치만큼 좋은 선택은 드물다. 가민, 삼성 등 거의 모든 대안을 직접 테스트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신뢰할 수 있는 러닝 트래킹을 위한 애플 워치는 단연 워치 울트라 또는 울트라 2다. 몇 달 동안 두 제품을 모두 사용하며 런던과 시카고처럼 GPS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높은 코스에서 마라톤을 한 결과, 울트라 시리즈는 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애플 워치 시리즈 10이 발표되었을 때 더 커진 화면을 보고 스포츠 기능에 있어서 울트라에 필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 제품은 울트라에 버금가는 배터리 수명과 야외에서 움직임을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듀얼밴드 GPS와 정밀 시작(Precision Start) 모드를 제공하지 않는다.
시리즈 10은 울트라 2와 일부 하드웨어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애플의 최신 광학 심박수 센서를 탑재하고 고급 러닝 메트릭스를 제공하며, 맞춤형 운동을 설정하고 운동 강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퓨마 덕분에 2024 맨체스터 하프 마라톤 출전권을 확보한 필자는 GPS 정확도와 같은 데이터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리즈 10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평소 시계를 착용하지 않은 손목에는 새로운 올블랙 애플 워치 울트라 2를, 시계 착용이 익숙한 손목에는 46mm 시리즈 10을 착용하고 마라톤을 시작했다.
더 큰 디스플레이에 대한 만족감
시리즈 10이 더 큰 디스플레이로 출시된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울트라 출시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울트라의 더 큰 디스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46mm 버전은 49mm의 울트라 2보다는 작지만, 화면 공간이 더 넓어져 달리기 통계를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달리는 도중 화면을 확인하는 것은 이전 시리즈보다 확실히 더 편해졌다.
물론 울트라 2가 더 큰 화면을 제공하고 마라톤에서는 화면이 큰 것이 유리하지만, 시리즈 10은 이전 시리즈와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화면 크기를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울트라 2는 크기 변화가 극적으로 느껴진 반면, 시리즈 10은 더 커졌음에도 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리즈 10에는 울트라처럼 액션 버튼이 없다. 애플이 시리즈 10의 크기를 키우면서 액션 버튼을 추가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러너는 버튼이 많을수록 좋아하지만, 이번 테스트 환경에서는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액션 버튼은 보통 서드파티 앱을 통해 지도를 불러오거나 새로운 지역에서 백트랙 모드에서 유용하지만, 마라톤 레이스에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경기 데이터 비교
달리기를 할 때 필자가 주로 확인하는 데이터는 실시간 페이스와 평균 페이스다. 이런 데이터는 현재 목표에 맞게 달리고 있는지, 그리고 예상 완주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마라톤 코스의 거리 표지판을 지날 때 워치가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추적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첫 구간에서는 두 모델이 거의 동일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러나 도시 내 고층 건물로 진입하면서 GPS 신호가 불안정해지자 시리즈 10과 울트라 2의 차이가 나타났다. 울트라 2의 정밀 시작 모드는 이런 구간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다.
레이스 절반 정도까지는 시리즈 10과 울트라 2의 거리 데이터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즈 10 데이터는 거리 표지판과 울트라 2의 데이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승선에서 멈췄을 때 화면에 표시된 수치는 다음과 같다.
- 애플 워치 시리즈 10 : 거리 21.19km (13.2마일), 평균 페이스 4.14/km
- 애플 워치 울트라 2 : 거리 21.30km (13.2마일), 평균 페이스 4.13/km
두 애플 워치 기록 모두 하프 마라톤 공식 거리인 21.1km를 약간 상회했지만, 크게 엇나가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레이스에서는 다른 주자들과 섞이고 섞이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달리는 경우가 많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을 수 있다.
평균 페이스 데이터도 큰 차이는 없었으며, 특정 구간의 페이스를 비교해도 몇 초 차이에 불과했다. 심박수 데이터 또한 거의 동일하게 기록되었다. 시리즈 10과 울트라 2에서 모두 제공하는 새로운 고급 러닝 메트릭스 데이터도 두 워치가 비슷했다. 예를 들어, 달리는 동안 몸이 얼마나 튀는지를 알려주는 수직 진동(vertical oscillation)과 내 걸음의 길이 등은 두 워치 모두 유사하게 기록됐다.
GPS 트랙을 확인해 보면 두 워치 모두 정확하게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구간이 있었다. 특히 시리즈 10에서 조금 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전반적으로 시리즈 10은 울트라 2가 기록한 기록이나 레이스 공식 기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레이스에 적합한 배터리 성능
한때 애플 워치의 배터리 수명은 장거리 레이스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레이스를 준비하면서 아침 내내 착용하고 있으면 달리기도 전에 배터리가 소모되곤 했다. 하지만 시리즈 10은 그런 문제가 없었다. 아침 준비부터 레이스, 그리고 레이스 이후의 하루를 보내는 데 충분한 배터리 성능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레이스 전날 두 워치를 모두 완전히 충전한 다음 전원을 끄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다시 켜두었다. 레이스 시작 전에는 배터리가 98%까지 떨어졌지만, 레이스 종료 시점에 시리즈 10은 79%, 울트라 2는 86%의 배터리가 남아 있었다. 참고로 울트라 2는 외부 심박수 모니터와 페어링했다.
시리즈 10은 배터리가 19% 감소했고, 울트라 2는 12% 감소했다. 애플은 시리즈 10의 GPS 배터리 수명이 7시간, 울트라 2의 경우 12시간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결과는 시리즈 10이 GPS를 사용할 때 약간 더 짧은 배터리 수명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이지만, 페이스에 따라 5시간을 넘는 더 긴 경주에서는 배터리가 부족할 수 있다.
결론
애플 워치 시리즈 10의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테스트에 임했지만, 실제 성능에 놀랐다. 울트라 2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으나 시리즈 10도 대부분 러너에게 충분한 성능을 제공했다. 울트라 2의 출시로 일반 애플 워치 시리즈와 고급형 모델의 격차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시리즈 10에 더 큰 디스플레이가 탑재됨으로써 달리기 중이나 일상에서 사용감이 개선됐다. 개인적으로는 달리기나 운동 추적과 관련한 버튼이 다양한 것을 선호하지만, 시리즈 10에 액션 버튼이 없다는 점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시리즈 10은 매우 잘 작동했다. 모든 면에서 울트라 2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았으나 두 모델 모두 비슷한 정보를 제공했다. 대부분 러너에게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것이다.
울트라 2의 가장 큰 장점은 더 긴 배터리 수명과 향상된 GPS 정확도이다. 이런 특징은 더 까다로운 추적 환경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그러나 시리즈 10도 울트라 2 못지않게 훌륭한 성능을 보여줬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애플 워치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울트라 2에 큰 비용을 들이거나 애플 워치 울트라 3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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