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OTT 투자-제작 애니 곧 공개
‘예수의 생애’ 북미 수익 ‘기생충’ 넘어
K팝-K무비 등 이어 K애니 성공예감
2050년 대한민국 서울. 화성 탐사를 꿈꾸는 ‘난영’은 음악가 ‘제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화성으로 떠난다. 두 사람은 마치 별의 인력처럼 이끌려 사랑에 빠졌지만, 각자 품은 꿈이 달랐다. 두 사람은 우주만큼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연애를 이어가는데…. 둘의 ‘롱디’(장거리) 로맨스는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3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직접 투자·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연출은 1989년생 신예 여성 감독 한지원이 맡았다.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성우로 참여해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한다. 푸르고 투명한 하늘과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 같은 작화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2016년)에 비견될 정도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K애니’가 큰 관심을 받는 건 한류 콘텐츠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과 일본 위주로 흘러가던 애니메이션 장르로 저변을 넓히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드라마나 예능 등에서 입증된 ‘K콘텐츠’의 저력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부문 VP(부사장)는 2월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코리아’ 행사에서 “넷플릭스 세계 시청자가 대략 7억 명 이상이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도 굉장히 대중화돼 다양함이 필수”라고 했다.
‘닮은 듯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과의 차별점도 ‘K애니’의 발전 가능성에 긍정적인 요소다. 일본이 여전히 애니메이션에선 훨씬 앞선 선진국이지만, ‘K애니’가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특히 가족과 여성, 청년 등을 담은 폭넓은 서사가 공감대가 크다. 한지원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며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소중한 가치인 사랑이 우리에게 항상 필요하다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세도 ‘K애니’엔 호재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인사이드 아웃 2’는 제작비 2억 달러로 1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은 관객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어 일정 관객 수가 보장되는 편”이라고 했다. 국내 유명 감독들의 진출 소식도 들려온다. 봉준호 감독은 심해 생물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며, 김태용 감독은 연극 원작 애니메이션 ‘꼭두’의 연출을 맡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성인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는 ‘K애니’를 만들어 낸다면 정체된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