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애니’ 워벅스 역 남경주(왼쪽), 송일국(사진=와이엔케이홀딩스) |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됐다.”(남경주)
“남경주 선배와 더블 캐스팅이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송일국)
뮤지컬 ‘애니’에 출연 중인 남경주와 송일국은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들뜬 표정으로 이 같이 말했다.
‘애니’는 해롤드 그레이의 1924년작인 만화 ‘작은 고아소녀 애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부모님을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는 고아 소녀 애니와 억만장자 워벅스가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 32개국에서 공연한 스테디셀러작이다.
국내에서 다시 공연하는 것은 5년 만으로 지난 1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남경주와 송일국은 워벅스 역을 번갈아 연기하며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애니를 입양한 뒤 내면의 따듯한 인간미를 발현하게 되는 인물이다.
뮤지컬 ‘애니’ 워벅스 역 남경주(사진=와이엔케이홀딩스) |
1985년 국내 공연 당시 단역으로 ‘애니’에 출연한 바 있는 남경주는 39년 만에 주연으로 작품과 감격의 재회를 했다.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언급하며 감격을 표한 이유다.
남경주는 “20대 초 워벅스 집 하인 중 한 명이자 방송국 진행자로 작품에 출연했다”며 “당시 최종원 선배가 워벅스를 강인한 캐릭터로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밀고 무대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모습을 모면서 ‘세월이 지나면 내가 워벅스를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했는데 좋은 기회를 만나 꿈을 이루게 돼 하늘을 걷는 기분이 든다”고 덧붙이며 기쁨을 드러냈다.
송일국은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맘마미아’를 잇는 3번째 뮤지컬 출연작으로 ‘애니’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이전 출연작들을 통해 남경주 선배가 거친 작품을 경험했는데 이번에는 더블 캐스팅이 됐다. 캐스팅 소식을 접한 아내의 첫 마디가 ‘당신 성공했네’였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송일국은 “남경주 선배 연기 영상을 모니터링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수년간 육아에 전념하느라 공백기가 있었던 송일국은 보컬 트레이닝까지 받으며 뮤지컬 연기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관련 물음에 자택에 마련한 연습 공간을 찍어둔 사진까지 보여준 송일국은 “전 남경주 선배처럼 끼가 많은 배우가 아니다. 스스로 너무 부족한 걸 잘 안다. 이렇게라도 하니까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남다른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뮤지컬 ‘애니’ 워벅스 역 송일국(사진=와이엔케이홀딩스) |
송일국의 책상 |
남경주와 송일국은 약 1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밝고 명랑한 고아원 소녀 애니 역에 더블 캐스팅된 최은영과 곽보경을 비롯한 총 20명(회차당 10명씩 출연)의 아역 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아역 배우들은 텀블링을 포함한 고난도 동작까지 소화하며 다이내믹한 단체 퍼포먼스를 해내며 관객의 감탄을 자아내는 중이다.
남경주는 “아이들과의 교감이 행복하다.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며 “눈을 맞추고, 어깨도 두드려주면서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들만 셋을 둔 송일국은 “애니 역을 맡은 두 친구의 나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작년에 5학년이었던 우리 아이들을 떠올려보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잘하더라”며 “오히려 같이 하면서 제가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애니’는 오는 27일까지 공연한다. 워벅스 역 남경주와 송일국, 애니 역 최은영와 곽보경을 비롯해 신영숙, 김지선(해니건 역), 박소연(그레이스 역), 이종찬(루스터 역), 이주예(릴리 역) 등이 출연하고 있다.
남경주는 “뮤지컬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는 표현을 쓰며 ‘애니’를 향한 관심을 독려했다.
남경주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이자 권선징악 이야기다. 갈등 구조가 많아 이해하기 복잡한 최근의 타 작품들과 달리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소녀가 어떻게 힘든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는지를 극장에 와서 직접 확인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송일국은 “이번 계기로 처음 알게 된 작품인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느끼고 있다. 처음으로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출연작 포스터로 바꿨을 정도”라면서 ‘애니’를 통해 관객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