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스 스포츠'에서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티에리 앙리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패배를 지켜본 뒤 홍명보호의 안일함과 전술적 선택을 비판했다. 앙리는 특히 핵심 전력인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결정을 두고 치명적인 오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한국시간) 앙리는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마지막 3차전에서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배 한 후 방송을 통해 "체코전이 끝난 후 첫 경기 역전승을 이끌었던 그 갈망이 승리의 맛을 본 순간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며 "마치 도둑처럼 방심이 스며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표팀은 이기기 위한 축구가 아닌 지지 않기 위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태도 변화는 월드컵 무대에서 매우 위험하며 남아공을 상대로 결국 치명타가 됐다"고 해석했다
그는 팀의 리더이자 핵심 선수를 신뢰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전술적·정신적 붕괴를 우려했다. 앙리는 "손흥민을 벤치에 앉힌 것은 상황이 힘들 때 다른 선수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지워버린 것"이라며 "그가 교체로 들어왔을 때도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은 문제가 선발 라인업 한 장을 짜는 것보다 더 깊은 곳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공격진의 세부 전술 부재와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지적도 뒤따랐다. 앙리는 이강인, 황희찬, 손흥민 등 훌륭한 자원들을 두고도 조직력이 없었으며, 오세훈 선발 이후 조규성 투입은 확고한 색깔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정답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고 부연했다.
이어 "확실한 득점원들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팀의 공격 전술 방식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요행을 바라는 팀 같았고, 이 정도 수준의 무대에서 '막연한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이러한 안일함이 재능과 경기력의 격차를 벌려놓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앙리는 "객관적인 전력과 기량 면에서 더 우위에 있는 한국이 멘탈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모양새"라며 "그 순간만큼은 남아공이 승리를 더 갈망했고, 이는 팬들 입장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차가운 현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앙리는 "재능이 충분한 한국이 다른 경기 결과에 기대어 겨우 와일드카드로 통과하길 바라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됐다"며 절박함 없는 경기 태도가 초래한 결과라고 내다봤다. 이어 "선발 라인업에 대한 과도한 계산을 멈추고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신뢰해야 한다"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여유는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사상 첫 월드컵 토너먼트행을 확정 지은 남아공은 환희에 휩싸였다. 현지 매체 뉴스24는 자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여정을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 어울리는 각본'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매체 IOL은 "199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이후 처음으로 이 정도의 환희를 맛봤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휴고 브로스 감독을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비유하는 등 찬사가 쏟아졌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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