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일본인의 속마음, 그 뜻을 아시나요?

17 hours ago 3

"'부부즈케' 먹을래요?"

일본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괜찮다"고 사양하는 게 좋다. 녹차에 밥을 말아 먹는 '오차즈케'의 교토식 방언인 부부즈케는 주로 식사 말미에 즐기는데, 교토 사람들은 집에 놀러 온 손님에게 '슬슬 집에 가라'는 의미로 이같이 돌려말하기 때문이다.

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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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나리카와 아야는 신간 <지극히 사적인 일본>에서 이처럼 일본에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본의 다채로운 얼굴을 한국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교토 특유의 완곡 어법과 같은 지역적 특색뿐 아니라 일본 국민성의 유래, 저출산 사회의 단면 등 가깝고도 먼 일본 사회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인 오사카를 한국과 닮은 도시로 꼽는다. "사람들 사이에 벽이 없다는 점"에서다. 도쿄에선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거는 경우가 드물지만, 오사카는 상업 도시로 발전해온 배경으로 인해 사람들이 낯선 이와 대화하는데 거리낌이 없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오사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를 소개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오사카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만, 발언의 신뢰도는 떨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반영하는 단어가 '잘 모르지만'을 뜻하는 '시랑케도'다. '아닐 수도 있지만 뭐 어때?"라는 느낌으로 쓰여 한국식으로 '아님 말고'와 비슷하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생생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일본에선 학생 수가 감소하며 2002년부터 2020년까지 학교 8580곳이 문을 닫았다. 폐교된 곳은 식당이나 카페, 숙박시설, 미술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사카 코리아나타운 근처의 폐교된 학교 옥상엔 바비큐장이 만들어졌다. 물이 빠진 옥상 수영장 안에서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먹는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저자는 2017년 아사히신문 퇴사 후 한국 영화와 문화 전반을 일본에 알리는 글을 쓰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덕에 책 전반에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도가 묻어난다. 독도,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한다. 그는 "나도 일본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진심 어린'에 집착하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다.

책 한 권에 일본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담겼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읽어두면 한층 더 풍성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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