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취업공부부터 봉사까지...설연휴가 더 분주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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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홀로 보내는 청년 늘어
취준·알바 등 각양각색 연휴
함께 모여 봉사활동 하기도

관악구 ‘설 나눔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전을 부치고 있다

관악구 ‘설 나눔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전을 부치고 있다

“곧 설인데 ‘혼밥(혼자 밥 먹기)’ 대신 이웃들과 요리하고 어르신들과 나눠 먹으러 왔어요. 명절을 맞아 큰집에 모인 기분이 들어 좋네요.”

귀성길에 오르지 않고 서울에 남은 20·30대 청년들은 지난 24일 오전 관악구의 한 복지관에 모였다. 설 연휴를 맞아 열린 ‘나눔봉사’에서 이들은 떡국, 불고기, 전 등을 요리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전을 부치던 정지선 씨(32)는 “요즘 요리를 배우는데 연휴에 혼밥하기보다는 명절 음식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요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성된 요리는 관악구 곳곳의 취약계층 가구에 전달됐다. 청년들은 홀로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사는 집을 찾아가 새해 인사와 함께 만든 요리를 나눠줬다. 요리를 전해 받은 신연순 씨(73)는 “모처럼 딸과 손녀와 설을 쇠는 것 같아 즐겁다”며 미소 지었다.

최장 9일에 달하는 긴 연휴를 앞둔 날이었지만 이날 복지관은 이른 아침부터 1인 가구 청년들로 붐볐다. 나눔봉사를 주도한 임민지 복지사는 “설 연휴가 길어 참여자가 없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설에도 귀향하지 않은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봉사가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고시, 취준, 알바...설에도 ‘준비’하는 청년들

설에도 고향에 가지 않고 홀로 남는 ‘혼설족(혼자 설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명절에도 가족을 만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고시나 취업 준비를 위해 설 연휴를 혼자 공부하며 보내겠다는 청년들이 많다. 연휴가 끝나고 1~2개월 사이에 각종 공무원·자격증 시험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5급 공채시험과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은 오는 3월 8일에, 경찰공무원 1차 필기시험은 3월 15일에, 공인회계사 시험(CPA)은 2월 23일에 각각 시행될 예정이다.

대학생 김서윤 씨(23)는 “매번 본가에 내려갔는데, 3월에 시험을 앞두고 있어 이번에는 내려가지 않는다”며 “평소처럼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위 모씨(24)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홀로 서울에 있으면서 4일 정도는 더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시험이 끝난 이후인 추석 때는 후련한 마음으로 본가에 내려가고 싶은 바람이다”고 말했다.

일이 바빠 혼설을 택한 이들도 많다. 의류 브랜드를 운영 중인 백예림 씨(26)는 다가오는 봄여름 신상 제품 준비를 하느라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성북구 자취방에 머무르게 됐다. 예림 씨는 낮에는 운영 중인 브랜드 관련 일을 하다가, 저녁에는 서울에 혼자 남은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설 연휴를 틈타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청년들도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85명 중 389명(66%)이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생활비, 추가수입, 목돈 마련 등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고 했다. 알바천국과 당근마켓에는 전 부치기, 강아지 산책, 홀서빙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가 게시된 상태다.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간 친구의 카페 알바를 대신하는 최유리 씨(26)는 “평소 카페 알바에 관심이 있어도 최소 3개월 이상 일해야 해서 기회를 잡기 힘들었는데 연휴가 긴 덕에 잠시라도 경험해보게 됐다”며 “휴일이라 수당도 받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잔소리 대신 하고 싶은 일 찾아...전문가 “고립감 해소도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가족 간 모이는 분위기가 줄어든 것도 혼설족이 늘어난 원인으로 풀이된다. 대학원생 류한빈 씨(24)는 “예전에는 조부모님께서 가족적 가치를 강조하셔서 대구에 내려가는 게 당연했다. 코로나 당시 ‘모이지 않는 명절’을 경험한 이후로 집안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류씨는 관광명소나 맛집 등을 탐방하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가족들의 잔소리 대신 평소 해보고 싶었던 활동을 하는 청년도 있다.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나왔다는 성 모씨(30)는 “연휴가 길긴 하지만 취업준비 등 스트레스가 많아 고향에 가지 않았다”며 “친척들의 도움 안 되는 오지랖을 듣는 대신 혼자라도 뿌듯한 일을 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명절은 1인 가구의 고립감이 특히 심해지는 시기다. 고시 준비로 귀향하지 않은 김민우 씨(26)는 “주변인과 연락하면 전부 가족과 함께 있다고 말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명절일수록 혼자 시간을 보내기보다 타인과 만나거나 성취감을 느낄 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명절처럼 가족이 모이는 게 당연시되는 시기일수록 홀로 지내는 1인 가구의 고립감이 위험 수준까지 증가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사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한다’는 의미를 체감하는 것”이라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작더라도 성취감을 주는 일을 계속 찾아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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