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협의 없이 의총 취소
친한계 “당내 언로도 막나” 반발
전대 시점, 개혁안 모두 ‘안갯속’
6·3 대선에서 패한 국민의힘이 당의 미래를 놓고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의 쇄신 방향과 시점은 물론, 새 지도부 구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내홍이 심화한 까닭이다.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막겠단 취지로 의원총회까지 취소되면서 언로(言路)를 막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내에서 친(親)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의원은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전날 의총이 개최 시각 40여분을 남겨두고 돌연 취소된 것과 관련해 “‘이제는 당내 언로마저도 막히는구나’ 하는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고 쓴소리했다.
박 의원은 “우리 당이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 없는 것, ‘너네 안 된다’고 심판을 받았지 않은가. 대선 과정에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이 있었다. 그건 당원들한테 부결당했다”며 “최근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얘기하는 혁신안, ‘우리 전체 당원 의견 구해보자’ 하는데도 그것도 답이 없고, 부정적인 말씀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해보자는 의총마저도 문을 닫으면 의원들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도대체 누가 몇 분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분들이 당을 이끌어가고 당의 운명을 결정짓겠다고 하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당 개혁안,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5시간 넘는 토론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이에 전날 오후 다시 국회에서 의총을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전날 의총은 개최를 1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과 분열이 우려된다”며 취소함으로써 개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사전 협의도 없이 의총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비(非)윤석열계 의원들 역시 반발했다.
내홍이 연일 이어지는 건 새 지도부가 대선 패배 직후 당의 쇄신 기조 설정은 물론, 내년 6월에 치러질 전국지방선거 공천권을 포함한 당무 운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침체된 당의 분위기와 전당대회 개최 중 무엇이 우선인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또 김 위원장이 최근 제시한 쇄신안이 기존의 친윤계 등 당 주류가 주도했던 과거 행위를 직격한 개혁 조치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계파 싸움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 쪽에 친한계가 힘을 실어주면서 친윤계와 대립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6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친윤계를 겨냥해 “현재 당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의 원인 제공자들이 당 장악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새 원내대표 자리에 도전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오는 16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로 누가 등록하는지에 따라 당의 기류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처음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인 만큼 후보 간 개혁 방향을 둘러싼 논의도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