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스러운 승격을 맛본 해는 지나갔다. 이제는 K리그1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FC안양이다. 안양의 핵심 미드필더 김정현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는 ‘도전자의 정신’을 앞세워 1부 무대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달리겠다고 각오했다.
지난 시즌 안양은 오랜 염원이었던 승격의 영광을 안았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2023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이우형 감독이 디렉터직으로 옮겨갔고, 수석 코치였던 유병훈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안양에서 첫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유병훈 감독은 감독 첫 시즌임에도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FC(리그 최종전) 전 이후 ‘2024시즌 K리그2 우승팀은 FC안양입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유병훈 감독, 안양 선수들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고, 2013년 창단 후 그토록 바랐던 K리그1 승격이 현실이 되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제는 ‘우승의 해’ 2024년이 넘어갔다. 다시 한번 ‘도전의 해’로서 2025년을 마주한다. 안양의 핵심 미드필더이자 베테랑 김정현은 선수들과 함께 달려가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김정현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승격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몸으로 크게 못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 성남FC에서 승격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변함없이 하던 대로,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김정현은 자신의 말처럼 시즌 폐막 후 빠르게 새 시즌을 준비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에는 그동안 불편함을 느꼈던 부상 부위를 치료하고 재활하고 보강했다. 김정현은 “시즌 일정이 끝난 후 K리그2 플레이오프를 보러 갔었다. 함께 경쟁했던 선수들이 있어서 응원하러 갔다. 결과적으로 K리그2 팀들이 올라오지 못했다. 이를 보면서 다이렉트 승격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일정이 일찍 끝나서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즌이 종료되면 공허함이 찾아왔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일찍 끝났어도 똑같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 막판 발목이 좋지 않았다. 새 시즌을 또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잠깐의 휴식을 보낸 후에는 치료를 받고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신체 밸런스와 발목 가동성을 늘리는 데 집중했었다”라고 말했다.
평범하지 않은 커리어를 달려온 김정현이다. 1993년생인 그는 지난 2012년 오이타 트리니타(일본)에서 첫 프로 무대를 밟았다. 약 4년의 활약 후 2016년 광주FC로 이적하며 K리그 무대를 밟았고, 이후 성남, 부산아이파크를 거친 뒤 2022년 안양으로 임대, 2023년 완전 이적을 확정했다. 앞서 2019년 성남에서, 2020년 부산에서 K리그1 무대를 경험한 바 있다.
김정현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일본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터득했다. 그리고 광주로 이적해서는 남기일, 이정효 감독님께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다. 당시 볼을 잘 차려고 노력했었는데, 헌신적으로 수비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두 감독님께는 정말 감사드린다. 그때가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라고 짚었다.
여기에 김정현은 ‘간절함’이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양에 처음 왔을 때 임대생 신분이었다. 그때는 ‘여기서도 보여주지 못하면 K3, K4리그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 경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악착같이 뛰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김정현은 후배 선수들에게 ‘간절함’을 조언했다. 김정현은 “매 경기가 절실했다 보니 현재 팀에 속한 어린 선수들에게 같은 조언을 했었다”라고 했다.
일본에서 기술, 광주에서 수비적인 헌신, 안양에서 간절함이 더해진 김정현은 팀의 핵심 중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 팀의 출발점과 구심점 역할을 맡았다. 유병훈 감독의 전술에서도 빠질 수 없는 3선 미드필더가 됐다. 유병훈 감독 또한 현재 팀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포지션으로 3선 미드필더를 꼽은 바 있다.
김정현은 “감독님 전술 자체가 3선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많은 부분을 신경 써주셨다. 지난 시즌 파트너로 함께한 (리)영직이 형이 워낙 베테랑이고 수준이 높은 선수다 보니 함께 뛰면서 너무 편했다. 덕분에 시너지가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규현이와 (한)가람이가 팀에 들어와서 영직이 형과 채워주지 못했던 활동량적인 부분을 잘 해내줬다. 그래서 우리 팀 3선의 밸런스가 잘 잡혀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우승의 해’를 다시 돌이켜본 김정현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고 말했다. 김정현은 “시즌 개막전까지 큰 기대가 없었다. 기대받던 팀도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가 1위로 치고 달리기 시작했고, 도망가는 입장이 되다 보니 점점 부담감이 생겼다. 선수들도 당시 많이 경직됐고, 분위기 또한 그랬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끼리 다시 한번 ‘도전자의 정신’으로 나아가고자 하나로 뭉쳤고, 다시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한 팀으로 뭉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새 시즌 K리그1에 나서는 안양의 키워드는 또 한 번의 ‘도전자의 정신’과 ‘좀비 축구’다. 앞서 유병훈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안양 서포터스석에 걸려 있는 ‘도전자의 정신’이 늘 팀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말하면서, 1부 무대에서는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좀비 같은 모습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했다.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정현은 “앞서 말했듯 우리는 기대받는 팀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위기가 찾아올 텐데 쓰러지더라도 좀비처럼 다시 일어서서 뛸 것이다. 냉정하게 우리는 강등 후보라 생각한다. 팬들께서 언제나 열성적으로 응원을 보내주시기 때문에 선수단 또한 포기하지 않고 일어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반의 준비를 이어가는 안양이다. 지난 시즌 유병훈 감독은 시즌 프로젝트를 문서화해 선수단에 배포했다. 당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팀 목표를 내세웠다. 이는 새 시즌에도 이어진다. 새 시즌 목표는 ‘6강’으로 가닥 잡았다고 유병훈 감독은 밝힌 바 있다.
김정현은 “(이)창용이 형은 지난 시즌 동계 훈련에서 받은 문서를 5번이나 읽었다고 했다. 솔직히 저는 제대로 보지 않았다”라고 웃은 뒤 “저는 빨리 이해하고 경기장에서 시도해보려고 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해 보이고자 노력했었다. 새 시즌에는 최소 3번씩 읽고 더 완벽하게 해내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1부 무대에 도전하는 설렘이 크다. 우리는 잃을 게 없다. 우리는 개인적인 능력에 기대기보다는 하나로 똘똘 뭉치는 팀이다. K리그2 팀 중에서도 가장 잘 뭉쳤다. 계속해서 말하듯 ‘도전자의 정신’으로 나아갈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도 보여줘야 한다. 밑져야 본전이다. 1부에서도 계속해서 부딪히면서 헤쳐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정현은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언제나 팬들께서 경기장을 찾아와 주신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큰 힘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우리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동계 훈련부터 착실하게 잘 준비해서 꼭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라고 전했다.
안양은 지난해 12월 16일 국내에 모여 본격적인 2025시즌 담금질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3일 태국 촌부리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승격 주역이었던 이태희, 김다솔, 김영찬, 리영직과 재계약을 맺으며 핵심 선수들과 동행을 이어갔고, K리그2 득점왕 모따, 마테우스의 새 파트너 에두아르도 등 새 얼굴을 맞이하면서 선수단 강화에 열을 올렸다.
다가오는 2025시즌의 개막은 오는 2월 15일이다. 안양은 16일 개막전을 치른다. K리그1 무대의 첫 상대는 3연패와 함께 새로운 왕조를 세운 울산HD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