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 가득한 병원, 그림으로 바꿔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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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하트카트(HEAR_T C_ART)' 프로젝트 전시회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문화예술단체 CAEC(케이크)의 정지윤 작가는 올해 수업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공동 창작이었으며, 아이들이 서로의 상황이나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우린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하트카트 수업을 이어갈 수 있는 후원사를 찾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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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체 케이크 정지윤 작가
서울대어린이병원서 미술교육
그림 그리며 소아환자 밝아져
"치유와 공감의 전시 이어갈것"

최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진행된 전시에서 정지윤 작가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진행된 전시에서 정지윤 작가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대어린이병원 7층. 복도에 설치된 이동식 패널에는 아이 20명이 약 7개월간 공들여 만든 작품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주제는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장소, 기억, 물건 소개하기. 병원 앞 벤치를 한적하게 거니는 고양이, 매일 밤 곁을 지켜주는 토끼인형, 그저 이유 없이 좋은 엄마 등 다양한 이야기가 도화지에 담겨 있었다. 한편에는 피를 뽑는 채혈실 그림도 있었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문화예술단체 CAEC(케이크)의 정지윤 작가는 "한 아이가 채혈실을 그리자 그걸 보던 다른 아이가 '나도 가봤다'며 공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이들은 '주삿바늘이 무섭고 아팠다'면서도 그때의 기억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돼줬다"고 말했다.

'하트카트(HEAR_T C_ART)' 프로젝트는 아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예술(Hear+Art)과 돌보는 예술(Care+Art)을 담은 카트(Cart)란 뜻으로, CAEC 소속 작가와 기획자 등 이 주 1회 진행한 미술교육 수업이다.

정 작가는 "올해 수업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공동 창작"이라며 "아이들이 서로의 상황이나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우린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런 과정을 중시한 덕분에 한마음, 한뜻의 전시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CAEC에 따르면 현재까지 하트카트 수업을 들은 아이는 약 40명이다. 1999년 어린이학교 개교 때부터 함께해온 송윤경 교무부장은 "한때 폐쇄병동처럼 분위기가 무거웠던 7층이 다양한 수업과 전시로 화사한 공간이 됐다"며 "몸이 아픈 아이들은 마음도 아프기 마련인데, 미술교육을 비롯한 각종 수업은 보이지 않는 곳을 보듬어준다"고 말했다.

CAEC가 어린이학교에 교육 봉사자로 참여하게 된 건 정 작가의 뚝심 덕분이다. 202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미술교육학 석사과정을 밟던 그는 '가르치는 미술'을 실현하기 위해 어린이학교를 찾았다. 정 작가는 "3년 전 개인 전시를 마치고 나서 '내 얘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끄집어내도록 돕는 것이 더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술치료를 실시하면서 교육의 효용성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미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 등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목표는 하트카트 수업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줄 후원사를 찾는 것이다. 정 작가는 "기업 후원은 수업 횟수, 수강생 숫자 등의 정량적 성과를 요구하다 보니 연결이 쉽지 않다"며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하려면 다년도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하트카트 취지에 공감해줄 단체를 찾을 때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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