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약하러 갔더니…"1억 올릴게요" 집주인 변심에 '멘붕'

15 hours ago 1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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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시행된 뒤 규제에서 비켜난 경기 구리, 화성(동탄) 등에서 아파트값이 뛰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집주인이 1억원 이상 호가를 높이는 사례도 나온다. 갑작스레 집값이 뛰자 매수 희망자의 자금 부담이 커져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중개업자들은 설명한다.

○ 집값 뛰는 동탄·구리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주(21~27일) 구리와 화성, 남양주 아파트값은 1주일 전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구리는 9월 셋째주 0.10% 오른 데 이어 넷째주에도 0.18% 뛰었다. 남양주는 0.06%에서 0.08%로, 화성은 0.00%에서 0.13%로 상승폭을 키웠다. 화성은 9월만 해도 집값이 줄곧 하락세를 보였으나 대책 발표 후 상승 전환했다.

역시 규제에서 비켜난 안양 만안구(0.30%→ 0.37%), 수원 권선구(0.04%→0.08%), 부천 원미구(0.02%→0.05%) 등도 오름폭을 키웠다. 9월 셋째주 0.04% 하락한 경기 광주는 넷째주 0.14% 상승 전환했다. 대책 시행으로 풍선 효과가 우려된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이 현실화한 것이다.
단지마다 신고가 거래도 잇따랐다. 구리시 수택동 한인아파트 전용면적 59㎡는 4억5500만원에 매매돼 과거 최고가를 경신했다. 화성시 산척동 ‘동탄호수공원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Ⅱ’(전용 84㎡)는 지난달 중순 6억1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광명시 광명동 ‘광명푸르지오포레나’(전용 59㎡)는 같은 달 9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최근 수도권 비규제지역 매수자는 대부분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수요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지역에서는 갭투자가 불가능하고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할 수 있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현금으로도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과거 한 차례 시장이 과열된 이후 가격이 조정받고 있었는데 최근 규제지역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전세를 포함하고 있는 매물은 귀한 편”이라고 말했다.

○ 규제지역 확대 등은 변수

구리, 동탄 등 비규제지역에서 집주인이 호가를 높이자 오히려 거래가 감소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갑작스레 1억원 이상 집값이 뛰어 매수를 희망했던 사람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집주인과 매수인 간 시각차가 커 당분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부 집주인은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구리시 아파트 매물은 10월 30일 기준 2612건으로 한 달 전(2786건)과 비교해 6.3% 줄었다. 화성시도 같은 기간 1만6449건에서 1만5872건으로 3.6% 감소했다. 구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주인은 지금이 가격을 높일 유일한 기회로 본다”며 “반대로 매수 희망자는 이 가격에 집을 사야 하느냐는 생각에 기존 전세를 연장하는 등 매수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구리와 화성 등이 추가로 규제지역으로 묶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시장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10·15 대책 이후 부동산 기획조사 대상에 구리와 동탄 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시장 과열에 따라 추가 규제지역 지정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만큼 집값 폭등세가 나타나면 추가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매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이라 아파트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에도 부동산 급등기에 급하게 주택을 매수했다가 가격이 내려가 손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풍선 효과에 호가가 높아졌다가 이후 조정을 받아 가격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 경우가 많았다”며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매물이 적어 가격 조정 폭이 크지 않을 것이고, 규제 범위가 워낙 넓어 풍선 효과도 생각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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