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서스티' 문장 읽자…AI가 영어발음 맞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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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애프터눈(Good afternoon).” “아 유 타이어드?(Are you tired?).” “아임 서스티(I’m thirsty).”

지난 10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용계초 4학년 영어수업 교실. 학생 16명이 태블릿에 이어폰을 꽂고 각자 다른 영어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 같이 수업을 듣지만 개인별 발음 정확도에 따라 태블릿이 제시하는 문장은 달랐다. 수업을 진행한 최희정 교사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통해 학생들이 저마다 원어민 발음을 듣고 맞춤형으로 발음을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일부 초·중·고교에 도입된 AIDT가 교실 풍경을 바꾸고 있다. AIDT 도입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디지털 교육 혁신’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일부 학교가 올 들어 AIDT를 도입했지만 교육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남아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프라 부족이다. AIDT를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학교마다 와이파이(Wi-Fi) 등 최신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 충분한 대역폭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조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용계초 3학년 김모군은 “문제를 풀다가 기기가 멈추거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아임 서스티' 문장 읽자…AI가 영어발음 맞춤 교정"

구독료 부담도 AIDT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내년도 AIDT 구독료 예산을 1766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월 구독료를 가장 낮은 수준인 3000원대로 예측해 산정한 금액이다. 각 학교가 고가 AIDT를 채택하거나 교과서 발행사가 구독료를 인상하면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구독료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 구입과 클라우드 이용 요금까지 들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크다”며 “중앙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서는 AIDT 도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초등 3학년생 학부모 조서연 씨는 “학교에서까지 스마트 기기를 쓰면 디지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초등 교사 임은주 씨는 “초등학생 때는 종이 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하고 중·고교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다가오는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정책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AIDT 전면 도입에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AIDT의 지위가 교과서에서 선택적 보조자료로 격하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 줄어 교육청과 학교, 학부모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앞서 민주당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AIDT 지위를 교과서에서 보충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윤 전 대통령은 이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무 도입 시기를 2026년 3월로 유예했다.

대구=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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