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멍들게 때리고선 “훈육이었다”…학대범 몰린 이민자 가족 [2026 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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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멍들게 때리고선 “훈육이었다”…학대범 몰린 이민자 가족 [2026 칸영화제]

업데이트 : 2026.05.20 18:56 닫기

[2026 칸영화제] 크리스티안 문쥬 ‘피오르드’

프랑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자 지금 이 순간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네마의 준거점입니다. 제79회 칸영화제 현지에서 칸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과 관련한 소식을 밀도 있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영화 ‘피오르드’의 한 장면. [칸영화제 홈페이지]

영화 ‘피오르드’의 한 장면. [칸영화제 홈페이지]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센티멘탈 밸류’의 관객이라면 올해 칸영화제 진출작 ‘피오르드’의 배우 명단 앞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 제7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센티멘탈 밸류’의 주인공 레나테 레인스베가, 올해 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또 진출했기 때문이다. ‘센티멘탈 밸류’에서 아버지와 불화하는 배우 노라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 ‘피오르드’에서 다섯 아이의 엄마로 열연한다.

19일(현지시간) 칸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궁전)의 아녜스 바르다 극장에서 ‘피오르드’를 살펴봤다.

1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피오르드’의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리스벳 역의 레나테 레인스베, 아들 에마누엘 역의 조너선 치프리안, 누라 역의 헨리케 룬드 올센.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피오르드’의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리스벳 역의 레나테 레인스베, 아들 에마누엘 역의 조너선 치프리안, 누라 역의 헨리케 룬드 올센. [AFP·연합뉴스]

주인공은 남편 게오르기우, 아내 리스벳이다. 두 사람은 다섯 아이를 둔 부부로, 루마니아에 거주하다가 아내의 고향인 노르웨이의 외딴 마을로 이주한 직후다. 거대한 피오르드가 가득한 이곳에서 일곱 식구는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마을 이웃들은 그들을 환대하고, 가족들은 공동체에 빠르게 동화돼 간다. 단, 게오르기우와 리스벳 부부가 이웃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들이 독실한 크리스천이란 것. 종교적인 생활 앞에서 부부는 타협하지 않았고, 그래서 종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쳤다. 성경을 읽으면 1점, 2점을 주는 식으로 ‘포인트 제도’를 운영해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점수를 깎는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녀 엘리아의 몸에서 멍자국이 발견된다. 학교 체육시간에 엘리아의 등에서 멍을 발견한 교사는 동료 교사이자 게오르기우 부부의 옆집에 사는 할베르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할베르그는 ‘그럴 리가 없다’며 망설이지만, 그럼에도 교칙에 따라 이를 신고한다. 바로 이때부터 게오르기우와 리스벳 부부의 삶은 파열된다. 갑자기 들이닥친 수사관은 “물어볼 때만 답하라”며 무거운 표정을 짓고,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떼어놓는 일을 일순위 과제로 삼는다. 화를 억누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리스벳이 항의해도 “당신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고 수사관은 차갑게 답한다. 그들은 이미 ‘아동 학대범’으로 낙인 찍힌 것이다. 심지어 다섯 아이 중 막내인 갓난아기까지도 국가 보호시설로 이동한다. 이 순간 리스벳을 연기한 레나테 레인스베의 표정과 눈물이 압권이다.

1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피오르드’의 감독과 배우들. [로이터·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영화 ‘피오르드’의 감독과 배우들. [로이터·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엘리아에게서 멍자국이 발견된 건 폭행의 증거가 맞았다. 다만 이는 악의적인 폭행보다도 등이나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체벌이었다. (물론 멍이 생길 정도로 아이를 때린다는 건 폭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는데, 이 부분이 다소 모호하게 그려진다.) 루마니아에서의 체벌과, 노르웨이에서의 체벌은 문화적 차이가 컸고, 이 때문에 이민자 가정인 게오르기우와 리스벳 부부가 공권력에 의해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확장시킨다. ‘아이의 체벌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영화에 그쳤다면, 영화 ‘피오르드’가 칸영화제에 진출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무도 국가를 믿지 않는 ’국가 불신의 시대‘에 공권력은 개인의 삶에 어디까지 침투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유럽의 화두는 십수 년 전부터 ‘이민’이었고, 문화의 충돌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인권 보호 명복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개인이 정한 규율이 부서지는 상황, 그러면서도 아이를 보호하려는 가치가 정면 충돌을 일으키면서 갈등은 깊어진다.

‘피오르드’라는 제목도 사유를 이어가게 만든다. 피오르드는 부부가 이주한 마을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피오르드는 단지 공간만은 아니다. 피오르드는 ‘가파른 산 절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바다 물길’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 가파른 산들은 서로의 높이를 추구하지만 다른 산과 만나지 못한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 동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동체에 새롭게 끼어든 이들 부부에게는 국가 공권력이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피오르드’는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피오르드’의 칸영화제 수상 결과는 24일 새벽(한국시간) 발표된다.

작년 제78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센티멘탈 밸류’의 기자회견 직후 칸 미디어센터 앞에서 마주친 레나테 레인스베. 그는 2년 연속 칸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영화 ‘피오르드’에서 그는 리스벳을 연기했다. 대표작으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있고 이 영화로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6월 한국에서도 개봉하는 공포 영화 ‘백룸’에서도 주연을 맡았다.[김유태 기자]

작년 제78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센티멘탈 밸류’의 기자회견 직후 칸 미디어센터 앞에서 마주친 레나테 레인스베. 그는 2년 연속 칸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영화 ‘피오르드’에서 그는 리스벳을 연기했다. 대표작으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있고 이 영화로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6월 한국에서도 개봉하는 공포 영화 ‘백룸’에서도 주연을 맡았다.[김유태 기자]

영화 ‘피오르드’ 티켓.

영화 ‘피오르드’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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