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통해 의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분열시키고, 자국 내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통화 기조가 완화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은 상승세를 보일 것입니다."
아서 헤이즈(Arthur Hayes, 사진) 비트멕스(BitMEX) 공동창립자 겸 마엘스트롬(Maelstrom)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1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정책이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의 창시자로 알려진 '크립토 OG(Original Gangster, 블록체인 선구자)' 아서 헤이즈에게 트럼프 행정부 정책 등 거시경제와 맞물리는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아메리카 퍼스트' 진짜 의도는 '저금리 자금 조달'
헤이즈 CIO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기조가 결국 미국 부채 자금을 저금리로 조달하기 위한 행보라고 봤다.
그는 "결국 트럼프는 정치인으로, 정책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라며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와 같은 경제적 민족주의 정책을 내세우면 각국 정부는 공급망 확보, 무기 생산 능력 향상, 필수 산업 내 자급자족 달성 등을 위해 부채를 조달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결국 금리 인하를 위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방식으로 경기 침체를 일으키거나, 경기 침체가 다가왔다고 시장을 설득하면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금융 여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장기적으로 연준의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를 통해 정책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올해 1월 기준 약 36조달러(약 5경2362조원)로, 올 한 해에만 약 9조달러(약 1경3090조원) 상당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국채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낮아져야 하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위해 전략적으로 경기침체를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美, 글로벌 인플레 심화 유도…비트코인엔 호재
헤이즈 CIO는 트럼프의 금리인하 유도 정책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는 결국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의 의도로 인해 시장 혼란이 심화하고 지속적인 흥분 상태를 유지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수, 매도 심리가 흔들리게 되면서 보유 자산은 계속해서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는 'KISS(Keep-It-Simple-Stupid)'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트럼프가 그린 그림처럼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각국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 통화 유통량이 많아지면, 결국 가상자산은 그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연준이 경기침체에 따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 양적완화, 국채매입 은행들에 보완 레버리지 비율 유예 등의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가상자산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의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헤이즈 CIO는 "비트코인, 가상자산 시장은 유일하게 현존하는 글로벌 자유 시장이다. 미국 증시보다 유동성 위기에 먼저 반응하고 하락세를 보인다"라며 "비트코인이 최악의 경우 이전 사이클의 최고점인 7만달러 부근까지 하락할 수 있지만, 시장이 여전히 상승 사이클에 있다고 본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할 일을 하고, 투자자들은 본인의 할 일인 비트코인 매수에 전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전략비축 발언도 '정치적'…"알트코인은 사실상 불가능"
한편 헤이즈 CIO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전략적 비축자산 채택 정책에 대해서도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 미 정부 부채를 늘려가면서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라며 "그렇기에 지난주 발표된 가상자산 전략 비축 계획에서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투자자들은 미 정부가 부채를 조달해 가상자산을 매입할 것이라 생각한 만큼, 해당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미국이 추가 예산 확보를 통해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일은 힘들 것이라고 봤다. 헤이즈 CIO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정치적으로도 공공 서비스 예산을 삭감하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알트코인 전략 비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뿐"이라며 "앞서 트럼프가 언급한 카르다노(ADA), 엑스알피(XRP), 솔라나(SOL) 등 알트코인이 비축 자산에 포함된다는 논의 자체는 의미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 정부가 새로운 부채를 조달해 알트코인을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알트코인 시장에서 미 정부의 매입 기대감이 생길 이유가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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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