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증가에도… 가해자 63% 집유-벌금형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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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유죄 판결 3452건 분석
평균 징역형량도 9년새 5개월 줄어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형량 높여야”

김지인(가명·12) 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서 스스로 동갑이라고 밝힌 남성과 만났다. 남성은 온라인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김 양을 게임에서 이긴 뒤 성적 내용이 담긴 사진, 동영상을 요구했다. 김 양은 자신의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했다. 이후 태도가 돌변한 남성은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김 양은 자신이 성착취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남성은 12세가 아니라 성인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등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증가세를 보이는데도 가해자 평균 징역 형량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년 새 5개월 넘게 감소했다. 최종심 선고 결과도 10명 중 6명은 집행유예를 받거나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가해자 10명 중 6명 집행유예-벌금형

30일 여성가족부의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분석’에 따르면 전체 가해자 평균 징역 형량은 2014년 4년 1개월에서 2023년 3년 8개월로 줄었다. 최종심 선고 결과는 징역형 실형 36.8%, 집행유예 56.1%, 벌금형 6.5% 등이었다.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023년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가해자 판결문 3452건을 분석했다. 법무법인 거산 신중권 변호사는 “집행유예 형은 대부분 피해자와 합의해 선고된다”며 “아동 청소년 대상 강력 성범죄의 경우 형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착취 사진이나 동영상 등 아동 청소년이 피해자인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형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평균 징역형량은 2019년 2년에서 2023년 3년 6개월로 1년 6개월 늘었다. 3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도 같은 기간 23.8%에서 58.8%로 상승했다. 디지털 성착취물 범죄 또한 평균 징역형량이 2019년 3년에서 2023년 4년으로 1년이 증가했다. 디지털 성 범죄의 수위가 높아져서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아동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피해 영상물이 유출되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24% 13세 미만

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91.3%는 여성이었다. 평균 연령은 14세로 24.3%가 13세 미만이었다. 범죄 유형은 강제추행(32.7%), 강간(24.3%), 성착취물(17.5%), 성매수(6.1%), 성착취 목적의 대화·유인(0.3%)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전체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2019년 8.3%에서 2023년 24.0%로 증가세를 보였다. 가해자가 직접 촬영·제작하는 방식이 47.6%, 유인·협박 등에 의한 피해자 촬영·제작 방식은 49.8%였다. 피해자 촬영·제작 비율은 2019년 19.1%에서 4년 만에 3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40.5%는 얼굴, 신상정보 노출 등으로 피해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아동 청소년을 식별할 수 있었다.

가해자 10명 중 7명은 ‘아는 사람’이었다. 64.1%는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아는 사람’이었고 29.3%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가족 및 친척이 6.3%였다. 가해자 13.5%는 동종 전과 재범자였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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