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서·결재 관리 ‘온나라시스템’ 마비에 혼란
29일 낮 12시 기준 화재로 마비된 647개 시스템 가운데 62개만 복구됐다. 행안부 정부디렉토리시스템, 문서유통시스템, 복지부 보건의료빅데이터, 기재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등 주요 기능이 정상화됐지만, 대부분의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체 시스템의 완전 복구까지 약 4주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전 부처의 문서 작성·결재·메일을 통합 관리하는 온나라시스템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온나라시스템이 멈추면서 공문 발송과 결재, 부처 간 협조 절차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 내부망 ‘프라임넷’과 홈페이지 역시 접속이 불가능하고, 장기 복구 대상 시스템(96개)에 포함돼 상당 기간 장애가 이어질 전망이다.
행안부는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따라 각 부처에 임시 매뉴얼을 배포했다. 공무원들은 기안과 결재를 손으로 작성해 수기 처리하고, 문서 등록·관리는 ‘임시 문서등록대장’에 직접 기록한다. 공문 송신은 팩스·우편·직접 방문으로 대체된다. 한 중앙부처 직원은 “내부 메신저와 메일까지 멈춰 USB를 들고 부서를 오가며 자료를 주고받고 있다”며 “평소 10분이면 끝날 일이 반나절씩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일선에서는 업무 지연이 심화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결재는 물론 민원인의 민원 내용까지 수기로 작성해 대면 보고를 하고 있다”며 “결재권자가 자리를 비우면 다음 날 다시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로 올라갈수록 결재가 쏠리면서 병목이 생긴다”며 “급하지 않은 문서는 일단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양경찰청 소속 한 경관은 “수기 결재는 20년 전 이후 처음 해본다”며 “상급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결재를 받는 모습이 꼭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부처별 개별 업무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자 전송, 주소 검색 등 일부 기능에 오류가 발생했으며, 주소 검색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금 지급 대상 농업인의 자격 검증 기간을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했다. 행안부 시스템 마비로 개별 검증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오전까지 국가수사본부 명의 수사결과 통보와 출석 요구 등 ‘퀵스’ 카카오톡 통보가 중단됐다가 오후에야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우편 통지는 여전히 작동되지 않아 형사사법 절차에도 지연이 빚어지고 있다.
국감 시즌을 앞둔 국회도 비상이다. 한 국회 보좌진은 “부처에 요청한 국감 자료가 도착하지 않고 있다”며 “급한 자료는 직접 담당자를 만나러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정부 관계자는 “온나라시스템을 비롯한 핵심 시스템의 조기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민 불편과 행정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24시간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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