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보다 작은 심박조율기 개발… 신생아 심장수술에 쓴다

21 hours ago 5

한국 교수 포함 국제연구팀 성과
소아 일시적 심박 조절에 필요… 체내 생체액으로 자체 전류 발생
별도 외부 전원 연결 없이 작동
임무 완수 후엔 몸 속에서 생분해… 신경 재생 등 다양한 분야서 활용

국제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심박조율기(원 안).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쌀알과 나란히 놓여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제공

국제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심박조율기(원 안).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쌀알과 나란히 놓여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제공
‘쌀알보다 작은’ 초소형 심박조율기가 개발됐다. 체내에 이식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생분해돼 사라지며 별도의 외부 전원 없이 심장 박동을 조절할 수 있다. 환자의 감염이나 2차 수술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신경 재생, 상처 치료 등 의료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미세한 크기의 생분해성 무선 심박조율기를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진성훈 인천대 전자공학부 교수가 논문 저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심박조율기는 서맥과 같이 일시적인 심박 조율이 필요한 증상이 생긴 환자에게 사용된다. 기존 심박조율기는 심장에 전극을 꿰매고 외부 기기와 연결된 전선을 통해 전류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감염, 출혈, 심장 근육 손상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사용 후에는 다시 외과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특히 소아 환자에 초점을 맞춰 이번 심박조율기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은 환아의 경우 일주일가량만 조율 처치를 받으면 자연회복이 된다. 크기가 작으면서 체내에서 생분해되는 심박조율기는 체구가 작고 면역력이 약한 소아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로저스 교수는 “소아 심장 수술 현장에선 소형화되고 일시적으로만 작동하는 심박 조율기가 절실했다”며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지금까지 보고된 것 중 가장 작은 심박조율기로 이식 시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제거 수술도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심박조율기는 기존 심박조율기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 크기는 가로 1.8mm, 세로 3.5mm, 두께 1mm에 불과하다. 주사기 끝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다. 펜처럼 생긴 작고 가느다란 기구인 ‘인트로듀서(삽입기)’를 통해 심장 표면까지 삽입할 수 있어 신생아에게도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분해된다. 장치가 체액에 의해 분해되고 흡수되는 방식이다. 흡수성 실처럼 몸 안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장치 제거를 위한 별도 수술이 필요 없다. 장치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근육 손상, 출혈, 감염 부작용 위험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외부 전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전류를 발생시킨다. 두 개의 금속 전극이 체내 생체액과 반응해 전류를 만들어내는 ‘갈바니 전지’ 구조를 이용했다. 배터리나 전선 없이도 작동하며 조율 신호는 광학 방식으로 전달된다. 환자의 가슴에 부착한 무선 장치가 심장의 이상 박동을 감지하면 적외선 신호를 보낸다. 적외선 신호가 피부, 뼈, 근육을 투과해 심장 내부의 조율기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적외선 손전등을 손바닥에 비췄을 때 반대편에서 빛이 보이는 것처럼 적외선은 신체 깊은 곳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체 외부에서 빛을 쏘이는 것만으로 심장 박동을 조율하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우수한 심장 박동 조절 기능이 입증됐다. 동물 실험과 기증된 인간의 심장 조직을 활용한 실험에서 안정적으로 심장 박동을 조율했다. 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유지시키는 데 성공했고 일정 시간 경과 후 체내에서 자연 분해됐다.

크기가 작아 여러 개를 심장 여러 부위에 동시에 부착할 수도 있다. 다수의 조율기를 심장 표면에 배치하고 각 조율기를 서로 다른 파장의 빛으로 독립 제어해 심장의 여러 부위를 정밀하게 조율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절 기능이 부정맥 치료 등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신경 재생과 뼈와 조직의 회복, 만성 통증 등 전기 자극이 활용되는 다양한 치료 분야에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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