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토끼·뿔 잘린 코뿔소…인간에 희생된 동물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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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토끼·뿔 잘린 코뿔소…인간에 희생된 동물의 얼굴

입력 : 2026.05.10 16:52

고상우 개인전 '스틸 브리딩'
이달 말까지 사비나미술관

고상우의 '사라진감각'(2026). 사비나미술관

고상우의 '사라진감각'(2026). 사비나미술관

분홍색 안대를 한 푸른 토끼 한 마리가 정면을 응시한다. 인간의 미용을 위해 3000번의 화장품 임상시험을 견디다가 시력을 잃은 토끼 '랄프'다. 작가는 시력을 잃은 토끼의 눈을 하트 모양 안대로 감싸 치유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 목에는 실험 횟수를 상징하는 '3K' 금목걸이를 걸어 토끼의 희생을 드러낸다. 화면 위아래로 길게 늘어선 색색깔의 마스카라 브러시는 감옥의 창살처럼 세워져 있다. 미용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는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상우 작가의 개인전 'Still Breathing(아직 숨 쉬고 있다)'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속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에 대한 애도이자 기록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멸종위기종이나 학대받는 동물들을 디지털 페인팅으로 형상화했다. 전시장에는 2023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부모를 여읜 후 동물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 밀렵꾼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역설적으로 뿔이 잘려 나간 코뿔소의 그림이 걸려 있다. 작가는 동물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대상과 눈이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야만 비로소 작업에 들어가는 작가는 작품 속 동물의 눈빛에 그들의 생명력과 사연을 담아낸다.

작품은 모두 푸른색으로 표현돼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작가는 사진의 명암을 반전시킨 네거티브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작가가 미국 유학 시절 동양인으로서 겪은 인종차별 경험에서 비롯됐다. 노란 피부색을 반전시키면 나타나는 파란색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발견한 것이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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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상우 작가의 개인전 'Still Breathing(아직 숨 쉬고 있다)'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속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에 대한 애도이자 기록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멸종위기종이나 학대받는 동물들을 디지털 페인팅으로 형상화하였으며, 작품 속 동물의 눈빛에 그들의 생명력과 사연을 담아내는 과정을 중시한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작가의 네거티브 기법은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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