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BIS 출신 경제학자 vs 미국 월가 출신 은행가
2026년 상반기 서울과 워싱턴의 통화정책 사령탑이 동시에 교체됐다. 4월 21일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출신의 세계적 석학 신현송 박사가 제28대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했고,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가 제롬 파월의 뒤를 이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올랐다.
두 사람은 출신도, 화법도, 정책 운용의 문법도 전혀 다르지만, 7월 현재까지 두 중앙은행의 방향은 같은 쪽을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가와의 싸움과 금리 상승이다. 매경플러스가 채권 전문가인 신환종 한국투자증권 고문에게 금리 상승기 국채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신현송 총재의 이력은 경제학자로서 매우 이상적이다. 옥스퍼드에서 철학·정치·경제학(PPE)을 시작으로 경제학 박사까지 마쳤고,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를 거쳐 2014년부터 10년 넘게 BIS 통화경제국장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의 연구를 총괄했다.
그는 국제금융과 거시건전성 분야에서 세계 경제학자 랭킹 최상위권에 오르내리는, 다시말해 “국제 금융 시장을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경험한” 인물이다. 그의 화법은 철저히 데이터와 메커니즘에 기반한다. 최근 원화 약세 논쟁에서도 그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통화량(M2)과 환율의 관계는 확실치 않다”며 유동성 총량론을 일축하고, 한미 금리차와 역외시장 구조, 기대 변화라는 구조적 변수들을 지목했다. 문제를 단순화하려는 정치권의 어법과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모건스탠리 인수합병(M&A) 뱅커 출신으로 2006~2011년 연준 이사를 지냈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버냉키 의장의 “월가 특사” 역할을 했다. 학계가 아닌 시장과 정치의 언어를 구사하는 인물이다. 그는 취임 전부터 “건전한 통화(Sound Money)”와 “통화 규율”을 기치로 연준의 근본적 개혁, 즉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공언해 왔다.
그리고 6월 17일 자신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 말을 실행에 옮겼다. 정책성명서를 대폭 짧게 줄였고,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금리 안내)를 사실상 폐기했으며, 점도표에는 의장 본인의 전망치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조차 “할 말이 있을 때만 하겠다”며 축소를 시사했다. 시장에 대한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스스로 반납한 것이다.
요컨대 신현송 총재가 “투명한 설명으로 기대를 정박시키는” 학자형 커뮤니케이터라면, 워시는 “말을 아껴 재량을 확보하는” 은행가형 전략가인 셈이다. 신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점검 설명회, BOK 국제컨퍼런스, ECB 포럼 발표 등 촘촘한 공개 소통으로 정책 논리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반면, 워시는 불확실성 자체를 정책 수단으로 쓴다.
흥미로운 공통점도 있다. 임기 초반 두 사람 모두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며 “물가와의 전쟁을 우선”으로 택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데도 워시는 “지속되는 고물가는 미국인의 짐이며, FOMC는 물가안정을 반드시 달성한다는 데 만장일치”라고 못박았다. 신 총재 역시 취임 석 달 만에 시장 일각의 동결 기대를 깨고 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의 방향 — 서울은 이미 올렸고, 워싱턴은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보다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가 인상의 문을 열어둔 발언이다.
배경은 뚜렷하다. 이란발(發) 유가 충격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후반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 전망을 2.2%에서 2.7%로, 성장률 전망은 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2.0%에서 2.6%로 나란히 상향했다. 성장이 받쳐주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매파적 대응의 부담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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