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濫竽充數(남우충수)(넘칠 남, 피리 우, 채울 충, 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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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래: 한비자(韓非子) 내저설(內儲說)에서 유래한 성어입니다. 전국시대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단체로 연주하는 피리 소리를 좋아해 반드시 300명이 연주하게 했습니다. 피리 연주를 할 줄 모르는 남곽처사(南郭處士)가 왕을 위해 피리를 연주하겠다고 청하니, 선왕이 기뻐하며 후하게 상을 내려줬습니다. 남곽처사는 연주할 때마다 무대에 서서 연주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가 실제 소리를 내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단원과 마찬가지로 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선왕이 죽고 아들 민왕(湣王)이 왕위를 물려받았는데 그 역시 음악을 좋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체 연주보다는 독주(獨奏)를 좋아해서 연주자가 한 명씩 연주하도록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남곽처사는 줄행랑을 놓았다고 합니다.

● 생각거리: 조선시대 순조 때 조홍진(趙弘鎭)이 사직상소(辭職上疏)에서 “신은 지금 일흔한 살 죽음을 앞둔 나이인데 예문관(藝文館) 제학(提學)을 맡았으니 어찌 옛사람에게 부끄럽고 저 자신에게 심히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제(齊)나라 사람이 남우(濫竽)를 한 것처럼 구차하게 인원 수만 채우고 있으니 이를 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저 사람이 아직도 직임을 맡고 있는데 어찌 공부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할 것입니다. 조정을 욕보이고 당대에 수치를 끼치는 것이 어찌 다만 신이 재주도 없으면서 대신 일을 맡았다가 낭패를 보아 부끄러운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밝은 성상께서는 분수에 넘치는 은혜를 속히 거두어 주소서”라고 한 것에서도 용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상조 전 청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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