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지워버린 이름 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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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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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vs -10%.

국내 양대 증시 지수인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올해 성적표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상반기 4000에서 8000으로 두 배 이상으로 수직 상승하며 축제를 벌일 때 코스닥지수는 900에서 800으로 미끄러지며 두 지수 간 격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졌다. 반도체 대형주에만 자금이 쏠리는 ‘비대칭 증시 랠리’의 단면이다.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역대 코스피·코스닥지수 종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두 지수의 격차가 무려 7000~8000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가 가장 컸던 날은 지난 22일로 코스피지수(9114.55·종가 기준)와 코스닥지수(968.40) 차이가 8146.15포인트로 벌어졌다. 1996년 7월 1일 코스닥시장이 문을 연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은 ‘한국판 나스닥’을 꿈꾸며 화려하게 출범했다. 정보기술(IT) 호황기이던 2001년 닷컴 버블 직후만 해도 코스피지수를 최대 1900포인트가량 앞섰지만, 거품이 꺼진 뒤 줄곧 코스피지수 그늘에 가려졌다. 이날도 코스닥지수는 4.10% 내린 851.37에 마감했다. 표면적으로는 코스피지수(5.81%) 하락률이 더 높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온도 차가 뚜렷하다. 코스피지수는 그간 가파른 수직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성격이 짙지만, 상반기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된 코스닥지수는 반등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800대 중반으로 밀려났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 말 연고점(1226.18) 대비 30.6% 하락했다.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한 것은 2차전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시장이 주저앉은 2024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투자자 사이에서 코스닥지수를 두고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는 못 오르고, 떨어질 때는 같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소외의 근본 원인을 ‘반도체 대형주의 독주’로 진단한다. 최근 증시 랠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 반도체주의 가파른 실적 성장에 기반하다 보니 코스닥 기둥인 바이오와 2차전지는 물론 중소형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주에까지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실기업 리스크로 인한 신뢰 저하, 성장주 투자심리 위축 등도 코스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코스닥 승강제 도입과 동전주 퇴출 등을 통해 코스닥시장을 되살릴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규제에만 집중하다 성장주 시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상장사 대표는 “반도체 장세가 지나간 뒤 성장주들이 미래 대어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부흥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고송희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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