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정 성과냈지만 관치 논란 자초하기도…이복현의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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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5일 임기 3년을 채우고 금감원을 떠난다. 임기를 다 채운 네 번째 금감원장이다. 최초의 검사 출신이자 최연소 금감원장이었던 이 원장은 강한 추진력과 직설적 화법으로 임기 내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관치 금융과 ‘월권’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외적 존재감보다 내부 조직 관리는 미흡했단 지적도 제기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차관급인 금감원장에 전격 발탁됐다. 검사 시절 이른바 검찰의 ‘윤석열 사단’ 막내 검사로 꼽혀온 이 원장은 금융감독 경험은 전무했지만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자 정부와 함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고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정리를 유도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때도 빠르게 분쟁 조정 기준안을 내놓으면서 수습에 나섰다. 이런 행보는 그의 특유의 추진력과 돌파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내놓은 자구책에 대해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비판하는 등 보수적인 관료와 달리 민감한 사안에 직설적 화법으로 대응하면서 화제를 부르곤 했다. 98회에 걸친 백브리핑 등 국민·언론과도 소통하려는 모습 역시 과거 수장과 결이 다른 태도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판도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사조직을 다루듯 금감원을 운영했다’ ‘시장에 혼선을 주거나 정부 신뢰를 흔드는 발언이 잦았다’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이어졌다. 섣부른 공매도 재개 발언이나, 금리 등 가계 대출 규제와 관련한 발언은 시장에 혼선을 줬을 뿐 아니라 관치 금융 논란을 키웠다.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반대한 데 대해서도 ’소신 있다’는 평가와 ‘정부와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이 교차했다.

또 금감원 조사를 위해 출석하는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포토라인에 세우거나,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밀어붙이는 방식은 금감원장보다는 검사에 가까운 행보로 비쳐 졌다. ‘검찰 스타일’로 밀어붙인 3년에 직원들의 피로감도 가중됐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장기 집권 등 기존 관행을 깨트리려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잡음도 많았다”며 “금감원 수장으로서 세밀하지 못한 메시지 등 신중함이나 조직 관리는 부족했던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5일 퇴임식을 끝으로 금감원을 떠난다. 이 원장은 자신의 앞으로 거취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그간 ‘민간에서 시야를 넓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해온 터라 어디로 갈지도 관심이다. 존재감이 워낙 컸던 만큼 그가 떠난 이후 앞으로 금융감독 기조와 차기 원장 인선도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까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후임 인선은 시차를 두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당분간 이세훈 수석부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돼 수장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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