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 부부의 방대한 컬렉팅, 그 시발점
“문명은 사업가, 은행가, 변호사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로 기억된다.
(Civilizations are not remembered by their business people,
their bankers or lawyers. They're remembered by the arts.)”
- 故 엘리 브로드
회계사 출신의 엘리 브로드(Eli Broad, 1933~2021)는 주택 건설업자 도널드 카우프만(Donald Kaufman)과 파트너십을 맺고, 1957년에 주택 건설 회사 ‘카우프만 앤 브로드(Kaufman & Broad, 이하 K&B)’를 설립한다. 그의 부인인 에디스 브로드(Edythe Broad, 1936~ )는 아버지가 지원해 준 자본금 12,500 달러를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게 되고, 브로드 부부는 K&B를 함께 성장시켜 나간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과 중산층 확대의 흐름을 탄 회사는 급속도로 커졌고, 브로드 부부는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주택 건설 회사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K&B는 부동산 재벌 기업으로 더욱 몸집을 키웠다. (현재 이 기업이 미국을 대표하는 주택 건설 기업 KB Home이다.)
브로드 부부는 급속도로 성장한 K&B를 새로운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1971년에 이들은 부동산과 연계된 은퇴연금, 보험, 금융상품을 다루는 파이낸셜 그룹 SunAmerica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1999년 AIG 그룹에 약 180억 달러에 매각되었는데, 브로드 부부가 예술, 교육 후원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자본의 원천이 된다.
LA를 아트의 도시로 만든 공간 ‘더 브로드’
대중들의 예술 접근성 높여
1970년대 초반부터 브로드 부부는 로스앤젤레스의 문화계와 접점을 넓혀왔고,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니멀, 팝아트, 개념미술 등을 중심으로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또한 1980년대부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인 LACMA와 수많은 예술가들을 꾸준히 후원했다. 모두가 공평하게 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부부의 철학이었다. 후에 이들은 자신들의 재산으로 더 브로드 아트 파운데이션(The Broad Art Foundation)과 엘리-에디스 브로드 파운데이션(Eli and Edythe Broad Foundation)을 설립하고, 자신들의 컬렉션을 대중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한다.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랜드 애비뉴에 문을 연 컨템포러리 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는 브로드 부부의 예술관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대중과 예술을 연결하는 공공장소로서 더 브로드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 이들은 자신들의 방대한 컬렉션을 무료로 개방한다.
기획 전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작품 대여 프로그램(lending) 등을 통해 예술을 일상적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목적을 가진 더 브로드는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 이하 DS+R)와 건축 회사 겐슬러(Gensler)가 설계했다.
외부의 껍질 틈새로 자연광을 은은하게 받아들이는 벌집구조와 컬렉션을 저장, 관리하는 공간이자, 방문자들이 이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설계된 ‘베일과 금고(Veil & Vault)’ 콘셉트의 공간은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비공개와 공개의 교차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예술 보관소로 탐험하듯 로비에서 3층 상설 전시장으로 곧게 뻗은 에스컬레이터부터 심상치 않다. 전시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마주하는 것은 제프 쿤스의 <Tulips>(1995~2004)이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들을 시대별로 감상하면서 흑색과 컬러, 선과 면의 은밀하고 거대한 밀당을 즐길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도 눈에 들어온다. <I...I’m Sorry>(1965~66), <Perfect Painting>(1986), <Imperfect Painting>(1986) 등을 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행운은 오직 더 브로드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를 포함해 무라카미 다카시,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 쿠사마 야요이 등 컨템포러리 예술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들의 대표작을 만나 볼 수 있다.
더 브로드는 확장 공사 中
2028년 LA 올림픽 개막 전 완공 목표
2025년 4월, 더 브로드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더 브로드 익스펜션(The Broad Expansion, 더 브로드 확장 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확장 공사로 인해 더 브로드는 기존 건물대비 약 70% 더 넓은 전시공간을 갖게 되고, 옥상 코트야드와 라이브 퍼포먼스 공간 등을 추가해 관람객들의 예술 경험을 확장시킬 예정이다. 더 브로드 고유의 가치와 예술적 맥락을 전달하기 위해 이번 설계에도 DS+R이 참여했다. 확장공사는 2028년 LA 올림픽 개막 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다.
현재 약 200여명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수장고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이 작품들은 ‘더 브로드 확장공사’가 완성된 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더 브로드는 컬렉션이 시대를 잇는 시각적 아카이브로 기능할 수 있고 미술관 자체가 도시 재생과 문화적 삶을 위한 공동의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며, 예술의 표현과 향유는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 미술관 이상의 공간이다.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의 한복판에서 예술의 ‘가격’이 아닌 ‘가치’를 몸소 실천한 故 앨리 브로드의 말이 떠올랐다.
“예술은 우리에게 변화를 감지하게 하고, 관습과 한계를 넘어 생각하게 한다.”
LA=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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