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구절은 ‘필연과 복종’ 장의 한가운데에 있다. 신의 필연을 완전한 주의력으로 바라보고, 필연을 사랑함으로써 복종할 것. 요컨대 헐벗고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줄 ‘수밖에 없는’ 완전한 선에의 복종을 요청하는 장이다. 나는 그런 장에 이 구절이 들어가 있다는 데서 자못 어색함을, 사실은 기쁨과 숭고를 느낀다. 기쁨은 글이 ‘매개체’로서의 베유 자신에 대한 다짐으로 읽히기 때문이고, 숭고는 베유가 그 다짐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철학을 하며 사회에 몸을 던진 베유는 평생을 매개체로 살았다. 1931년 철학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노동운동에 참여하고, 노동현장에 뛰어들고, 무정부주의자 부대에 합류했으며, 피신해서는 농장에서 일을 하고, 미국 망명 후에도 프랑스 레지스탕스 활동을 신청했다. 시대를 휩쓴 사상들을 공부하면서도 전쟁의 참상을 눈앞에서 본 베유의 삶은 언제나 굶주린 불행한 자와 배고픔을 채운 불행한 자들 사이에 있었다. 수많은 사상 사이에서 결국 베유가 선택한 것은 이 땅의 슬픈 사람들을 위한 매개체, 인간과 신을 위한 매개체였다. 그러므로 저것은 베유의 지극히 인간적인 다짐이며, 실천했기에 숭고한 다짐으로 남는다.김겨울 작가·책 리뷰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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