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가 기억하는 최두호 "그는 완전 짐승이었어"[이석무의 파이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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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5-03 오후 2:40:48

    수정 2025-05-03 오후 2:48:2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UFC 파이터 제러미 스티븐스(38·미국)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UFC 라이트급과 페더급에서 여러 정상급 강자들과 싸워 승패를 주고받았다.

특히 2018년 1월 UFC 파이트 나이트 124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를 2라운드 TKO로 제압한 경기는 스티븐스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UFC 제러미 스티븐스(왼쪽). 사진=UFC
4년 만에 UFC에 복귀하는 제러미 스티븐스. 사진=UFC
UFC 제러미 스티븐스. 사진=AFPBBNews

스티븐스도 7년 전 최두호와 경기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이데일리와 온라인 인터뷰에서 당시 최두호와 경기에 대한 소감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최두호는 완전 짐승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최두호에게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최두호는 빨랐고, 움직임은 놀라웠다. 맷집도 좋았다. 나도 그만큼이나 그와 싸우는 게 긴장됐다. 경기 당시 최두호는 굶주린 젊은 선수였다. 1라운드는 상당히 격렬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다리를 절뚝였다. 최두호는 내 다리에 킥을 정말 잘 찼다. 서류상으로는 아마 그가 나보다 더 나은 파이터였을 거다. 그가 나를 이기는 게 정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싸이코다. 모두가 내 마음가짐을 간과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단련됐는지, 내가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스티븐스는 최두호가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UFC에서 연승을 거두며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 자신도 비슷한 길을 걸어왔기에 최두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난 최두호의 팬이다. 그는 정말 놀라운 파이터다. 최두호가 군대 때문에 공백기를 가졌단 것도, 이제 결혼하고 아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성장하고 있다. 시간을 갖고 자신의 나무를 가꿔서 자라난 것이다. 그의 활약을 보는 건 정말 놀랍다. 우리가 다시 싸운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누구든지 옥타곤을 함께 나누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난 다른 선수들이 다시 돌아와 이기고 성장하는 모습이 정말 좋다. 최두호가 그렇게 해내는 걸 보는 것은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최두호는 터프한 친구다. 난 그를 존중한다”

스티븐스의 선수 인생도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최두호전 승리에 이어 조쉬 에밋(미국)까지 KO시키고 3연승을 달렸던 스티븐스는 이후 UFC에서 5연패(1무효경기 제외)를 당했고 2021년 퇴출됐다. 이후 타 종합격투기 단체는 물론 프로복싱, 심지어 맨주먹 격투기 대회까지 닥치지 않고 참가했다.

특히 맨주먹 격투기 대회에 출전했을 때 스티븐스의 상황은 ‘벼랑 끝’ 그 자체였다. 여기서마저 무너지면 선수로서 생명이 완전히 끝난다고 생각했다. 이는 곧 가족의 생계 문제와도 직결된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벼랑 끝에서 희망을 되찾았다. 맨주먹 격투기 대회에서 3연승을 기록한 것. 올해 1월에는 전 UFC 챔피언 에디 알바레스(미국)를 3라운드 TKO로 제압하기도 했다.

맨주먹 격투기에서 거둔 3연승은 스티븐스가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바로 4년 만에 UFC로 돌아오는 결정적인 발판이 된 것. 스티븐스는 한국시간으로 4일 미국 아이오와주 드모인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 샌드헤이건 vs 피게로아’ 대회에서 메이슨 존스(영국)와 라이트급으로 맞붙는다. 이번 경기도 사연이 있다. 대회가 열리는 디모인 출신인 스티븐스가 UFC 계약을 따내는데 아내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디모인에서 UFC 대회가 열린다고 발표됐을때 가족들은 모두 이번 대회에 출전해야 돼”라고 응원했다. 아내는 그 전부터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에게 얘기하라고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내는 데이나에게 보낼 문자 메시지를 대신 써줬고 나는 그대로 데이나에게 보냈다. 그리고는 어느날 데이나로부터 새벽 1~2시쯤 연락이 왔다 문자를 받고 데이나한테 연락했다. 데이나는 ‘헌터(헌터 캠밸 UFC CBO)한테 얘기해서 너랑 계약하게 할게’라고 하더라. 협상이 시작됐고, 상대 선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모두 내 아내 덕이다. 내가 UFC 밖에서 열심히 노력한 데다가 아내가 도와줘서 성사된 거다. 타이밍이 딱 맞았다“

스티븐스는 이번 경기를 통해 ‘난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스스로도 UFC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계약도 1경기 계약을 뿐이다. 하지만 고향에서 치르는 경기를 통해 가족과 팬들에게 멋진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짜릿하고, 감사하다. 디모인에서 경기할 수 있단 건 축복이다. 아이오와 사람들은 내 경기를 봐야 한다. 아이오와 사람들은 UFC 대회가 열려서 정말 좋은 경기를 볼 자격이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과 그 과정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UFC를 떠나서 복싱을 하다가 다시 베어너클로 갔다가 난타전을 벌이고, 상대 턱을 부쉈다. 그리고 나서 한 번도 떠난 적 없다는 듯이 짠하고 다시 UFC에 복귀했다. 정말 엄청난 축복이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스티븐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인생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와 다시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느껴진다. 지금 그에게 나이나,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베어너클도 좋고, UFC도 좋다. 나는 내 방식대로 싸운다. 오직 한 경기만 하는 계약을 했다. 나는 죽음으로부터 기어와서 다시 이 자리에 섰다. 이번 경기는 나처럼 시체처럼 취급됐던 모든 이들을 위한 경기다. 이 도시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겠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대표한다. 난 배제됐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표한다. 나는 1986년 태어난 순간부터 난타전을 벌이고, 사람들의 턱을 부숴왔다. 이번 주말 내 경기를 지켜봐달라. 내가 쌓아온 제국에 또 하나의 벽돌을 쌓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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