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강하늘 광기의 라이브 원맨쇼…독창적 현실 스릴러 [봤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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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유명세 좇는 1인 스트리머 변신
스크린 라이프→롱테이크로 구현한 '실시간' 느낌

  • 등록 2025-03-17 오후 5:36:01

    수정 2025-03-17 오후 5:36:0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오만과 집착, 그걸 넘어선 광기까지 섬뜩하게 완성한 강하늘의 ‘라이브’한 열연. 재기발랄한 상상력, 현실감 가득한 열연, 숨가쁜 전개로 스트리밍 시대 현실을 지독히 반영한 독창적 원맨쇼 스릴러. 영화 ‘스트리밍’(감독 조장호)이다.

‘스트리밍’은 구독자 수 1위의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강하늘 분)이 풀리지 않던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스트리밍’은 올해 봄 시즌 연달아 두 작품의 장르물(‘스트리밍’, ‘야당’)을 스크린에 선보이게 된 강하늘의 원톱 주연작이다.

‘스트리밍’은 주인공 우상이 활동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왜그’의 세계관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을 연다. ‘왜그’에서는 콘텐츠를 방송하는 스트리머가 ‘관찰대상’, 스트리머의 방송을 시청하고 후원하는 구독자들을 ‘관찰자’란 호칭으로 부른다. 관찰자들은 방송이 재미있으면 1개 당 1원의 가치로 환산되는 ‘딱지’로 후원을 하거나 ‘인정’ 버튼으로 호응을 보낸다.

‘왜그’가 여타 스트리밍 플랫폼보다 자극적이고 핫한 이유는 1등이 모든 이득을 취하는 ‘승자독식’ 구조 때문이다. ‘왜그’의 스트리머는 콘텐츠 수익의 절반을 수수료 명목으로 플랫폼과 나눠 갖지만, 주간 순위 1위에 오른 스트리머는 수수료를 나누지 않고 모든 후원과 광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모두가 1위가 되기 위해 자극적 방송을 쏟아내는 환경이다.

‘우상’은 그 중에서도 높은 화제성으로 늘 1위를 차지하는 인기 범죄 채널 스트리머다.

‘스트리밍’은 프로파일링까지 독학하며 서울 일대를 공포에 떨게 만든 옷자락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우상’의 원맨쇼 고군분투극을 실제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지켜보는 듯한 연출기법으로 눈에 띈다. 영화는 우상이 자신과 합방 콘텐츠를 찍은 후 돌연 종적을 감춘 동료 여자 스트리머의 실종 사건에서 자신이 꾸준히 추적했던 옷자락 살인마의 단서를 발견해 실시간 방송으로 그의 뒤를 쫓는 긴박한 과정과 위험들을 그린다.

관객이 실제 스트리밍 방송 시청자가 된 듯한 느낌을 주고자 ‘스크린라이프’(스마트폰, PC 화면 등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만으로 장면을 구성한 표현 방식) 기법을 쓴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주요 사건 장면, 배우들의 감정 변화 등은 약 10분에 달하는 긴 호흡의 롱테이크 방식으로 촬영해 실시간 방송이 줄 수 있는 현장감은 잃지 않았다.

러닝타임 91분동안 집중력있게 극을 이끈 강하늘의 원맨쇼 열연이 특히 빛났다. 주변부 등장인물도 있지만, 소재의 특성상 ‘우상’의 1인칭 시점인 장면들이 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주연으로서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강하늘은 특히 오만하고 불량하며 유명세와 1위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주인공 ‘우상’을 표현하기 위해 필모그래피 처음으로 몸에 문신도 그렸다. 실제 1인 스트리머의 실시간 방송 느낌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한 호흡만 A4용지 3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대사도 소화했다. 우상에게 느껴지는 특유의 날티는 물론 현실을 적절히 고증한 스트리머 말투와 제스처, 범인을 잡겠다는 열정이 광기로 변질된 우상의 입체적 변화 등을 섬세히 폭발적으로 표현해냈다.

‘스트리밍’은 강하늘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신인들로 구성됐다. 새로운 얼굴들의 존재감 넘치는 열연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강하늘의 에너지에 밀리지 않고 제몫을 다하며 긴장 넘치는 앙상블을 완성한 신예 하서윤(마틸다 역), 강하경(이진성 분) 등의 활약상도 눈에 띈다.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면서, 중간중간 긴장을 해소할 재치 요소들도 눈에 띈다. 실제 유튜브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간 광고가 영화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실제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유쾌한 중간 광고들이 뜻밖의 웃음 포인트로 적절히 기능한다.

다만 몰입을 떨어뜨릴 단점과 아쉬움의 요소들도 뚜렷하다. 스크린라이프 기법과 롱테이크를 어지럽게 넘나드는 연출 방식은 분명 역동적이지만, 주의를 분산시킨다. 실시간의 느낌을 주는 우상의 롱테이크 추격 장면은 현장감이 있지만 스토리 구조상 반전에 반전, 시도 때도 없는 분위기의 전환 등 요소가 정신적 피로감을 준다. ‘스트리밍’ 개봉 전까지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버레카 등의 폐해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이미 많이 나왔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그 어떤 위기상황에도 맹목적으로 방송, 조회수만 좇고 타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우상의 행동 동기나 감정적 텐션이 일부 관객들에겐 과잉하다고 느껴질 우려도 있다. 스토리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 행동에 좀 더 강약 완급 조절이 들어갔다면 어떨까 아쉬움은 남는다.

‘스트리밍’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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