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진짜 가치는 B2B…AI에이전트 시대 여는 결제 인프라 될 것"

6 days ago 15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가치는 카페에서 QR코드로 더 빠르게 결제하는 것보다 기업 간(B2B) 정산 구조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김용일 아바랩스 아시아 사업 총괄 (사진=정윤영 기자)

김용일 아바랩스(Ava Labs) 아시아 사업 총괄은 최근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소비자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 전 기업의 자금 흐름을 자동화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결제 수단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산, 공급망 관리, 해외송금 등 기업 금융 전반의 비효율을 해소하는 것이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경로도 일반 소비자보다 기업이 먼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된 뒤 대중화된 것처럼, 스테이블코인 역시 기업 간 거래에서 효용성이 입증된 이후 리테일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총괄은 최근 국내 결제 사업자들이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 모델을 사례로 들며 “기업들은 매출이 발생한 뒤 거래처와 공급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 머니이기 때문에 정산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결제 사업자 NHN KCP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김 총괄은 “지금은 A카페에서 한 달치 매출이 쌓이면 은행 계좌에서 일일이 원두 공급사, 월세, 청소 용역업체 등에 계좌이체를 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 머니이기 때문에, 이를 전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구조가 확산되면 기업 생태계 전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갈 것이라고 봤다. “정산이 자동화되면 그 기업의 거래처도 스테이블코인을 받게 되고, 그 거래처의 거래처도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며 “나중에는 월급 일부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되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테일보다 B2B에서 먼저 뿌리를 내리는 구조가 선행된다는 의미다.

다음은 김 총괄과의 일문일답이다.

-종합결제기업 NHN KCP와 결제 특화 메인넷을 구축하고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나.

△스테이블코인 하면 카페에서 QR 결제하는 리테일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데, 사실 지금 당장은 신용카드보다 편하기가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이 진짜 빛을 발하는 건 B2B다. KCP와 함께 실증하고 있는 방향도 이에 맞춰져 있다. 지금은 카페에서 한 달치 매출이 쌓이면 은행 계좌에서 일일이 원두 공급사, 월세, 청소 용역업체 등에 계좌이체를 해줘야 한다. KCP는 이걸 자동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 머니이기 때문에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마다 원두 공급사에 자동으로 20%를 지급하는 식으로 전산화가 가능하다. B2B 정산이 완전히 자동화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테이블코인이 기업 생태계 전반으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고, 나중에는 월급 일부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되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이 B2B에서 리테일로 갈 것이라고 보시는지.

△그렇다. 클라우드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개인들은 가족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근데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쓰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괜찮은가 보다 하고 따라온 거다. 모든 기술은 B2B에서 대규모 보급이 일어난 다음에 리테일로 간다. KCP는 리테일 결제에서 시작하지만 B2B 자동 정산까지 원스톱으로 담는 구조다. 실제로 QR 스캔부터 스테이블코인이 빠져나가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전 과정이 2초다. 지난 6개월간 개발을 마쳤고, 이것은 아발란체에서만 가능한 속도다.

-또 다른 활용처가 있다면.

△KCP는 국내에서 넷플릭스, 아마존, 스포티파이, 애플 등의 결제를 단독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카드로 넷플릭스를 결제하면 KCP를 통해서 넷플릭스로 가는 구조다. 이 크로스보더 정산 과정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하면 훨씬 간편해진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을 쓸 필요가 없다. 뒷단 정산 과정에서만 쓰는 거라서 상관이 없다. 이 크로스보더 정산까지 포함하는 것이 KCP와의 로드맵이다.

-싱가포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아발란체의 대표적인 해외 사례 중 하나다. 싱가포르 중앙은행(MAS) 주도로 알리페이와 그랩페이가 아발란체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이 이미 2년 넘게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한국 관광객이 싱가포르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알리페이가 원화를 받아서 싱가포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변환해 그랩에 전송한다. 그랩은 스트레이츠X라는 회사를 통해 이를 즉시 싱가포르 달러 현금으로 바꾼다. 소비자도, 카페 사장님도 기존 화폐 그대로 받는다.

알리페이와 그랩 사이 B2B 정산만 블록체인으로 처리하는 거다. 은행 수수료를 아끼고 정산 속도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건당 수수료가 수십 달러씩 들다 보니 알리페이도 돈을 모았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는 식이었다. 그러면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늦게 들어오는 거다. 블록체인으로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AI 에이전트가 부상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가.

△AI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가 결제를 못 한다는 것이다. AI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금융기관이 거부한다. 예를 들어 AI가 국민은행에 찾아와서 “저는 김용일의 지명한 에이전트입니다. 계좌에서 100만원을 인출해야 합니다”라고 해도 은행이 절대 해주지 않는다. 사기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AI가 진짜 위임을 받았다는 사실을 블록체인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증명서를 가진 AI라면 신원 인증이 가능하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중간 과정 없이 1대1로 전자 지급을 할 수 있어서 AI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다. AI가 결제를 하려면 블록체인이 필요한 이유다. 스위프트망으로 AI 에이전트를 연동한다면, 스위프트가 그 AI가 진짜인지를 구분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결국 그 인증 문제도 블록체인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마이크로 트랜잭션이다. 지금은 7원짜리 결제를 카드로 하면 수수료가 더 비싸서 불가능하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 에이전트는 수수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자책 75페이지까지만 읽고 재미없으면 75페이지 분량만큼만 결제한다든지, AI한테 10만원 한도를 주고 넷플릭스 같은 소액 결제는 알아서 처리하게 하는 식의 미래가 올 것이라고 본다.

-아발란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모든 기업이 각자의 블록체인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피파, 카이트 AI, 알리페이 모두 이미 아발란체 기반으로 전용 체인을 만들었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처럼 하나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모든 걸 통일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 한 카드사 결제 내역이 퍼블릭 블록체인에 올라가면 경쟁사가 다 볼 수 있는데, 그건 기업 입장에서 절대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각 기업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전용 체인을 갖되, 스테이블코인처럼 글로벌 유동성이 필요한 자산은 아발란체 퍼블릭 체인에서 가져다 쓴다. 전용 체인이 늘어날수록 아발란체 퍼블릭 체인으로 사람이 더 모이는 선순환이다.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고, 각 노선이 따로 있지만 결국 터미널에 사람이 몰리는 구조와 같다.

아발란체는 현재 400개가 넘는 서브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와 달리 아발란체만 퍼블릭 체인에 전용 체인을 붙이는 멀티체인 구조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20분 안에 만들 수 있는 기술도 현재 아발란체밖에 없다. 아바랩스는 기업과 직접 전략을 논의하는 등 전략 컨설팅까지 하는 것도 다른 블록체인과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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