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로봇 아닌 장사 판다” 로닉, AI 디스펜서 큐브로 F&B 자동화 새로운 방식 제시

22 hours ago 5
서울지하철 노량진역 인근 7평 매장에 직원은 한 명뿐이다. 피크 타임에 배달 주문이 몰려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건 사람이 아니다. 스타트업 로닉의 F&B 매장 자동화 솔루션 ‘AI 디스펜서 큐브’다.

키오스크나 배달 앱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AI 디스펜서 큐브가 자동으로 정해진 순서와 위치에 맞춰 식재료를 담아낸다. 로닉 측에 따르면 약 10초 간격으로 메뉴가 완성되고, 여러 메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문 후 포장까지 마무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분이다. 직원은 완성된 메뉴를 포장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로닉 AI 디스펜서 큐브가 세울타코의 파히타 메뉴를 완성하고 있다 / 출처=로닉

로닉 AI 디스펜서 큐브가 세울타코의 파히타 메뉴를 완성하고 있다 / 출처=로닉

멕시칸 전문 브랜드 세울타코 파히타 노량진점의 풍경이다. 지난 6월 가오픈한 이 매장은 타코의 한 종류인 파히타 메뉴를 포장·배달 전문으로 운영된다. 기존 세울타코 매장들과 다른 점은 AI 디스펜서 큐브가 메뉴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우동·급식 이어 타코 메뉴까지 확대

자영업 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상승과 구인난이 겹치며 인건비 부담은 매년 커지고, 사람을 구해도 오래 붙잡아 두기 어렵다. 특히 배달과 포장 비중이 높은 외식 매장은 피크 타임 인력 운용이 곧 매출로 직결되지만, 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 자체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외식 매장에서 사람이 감당하는 일이 조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문을 받고, 재고를 확인하고, 떨어진 재료를 발주하고, 음식의 맛과 양을 일정하게 맞추는 일까지. 매장 하나를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손이 가는 곳이 많다. 로닉은 이 일들을 조리 하나로 좁혀 보지 않았다. 매장에서 반복되는 여러 과정을 저마다 자동화한 뒤 서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연결했고, 그렇게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과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을 나눴다. 사람 한 명만으로도 매장 전체를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로봇을 팔지 않습니다. 장사를 팝니다”라는 오진환 로닉 대표의 말은 여기서 나온다.

2025년 우동 조리 공정 자동화를 처음 검증한 로닉은 단체급식 현장으로 영역을 넓힌 후 대량 조리에서도 정밀 계량과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을 쌓아왔다고 밝힌다. 세울타코 파히타는 이 기술이 외식 브랜드에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세울타코는 기존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울타코 파히타 노량진점은 포장과 배달에 특화된 새로운 유형의 매장이다. 메뉴도 다른 매장에 없는 파히타를 새롭게 선보였다. 파히타는 구운 채소와 고기를 따뜻한 또르띠야에 직접 싸서 먹는 음식이다. 파히타의 재료 손질과 담음새가 AI 디스펜서 큐브에 접목하기 좋은 메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세울타코 파히타 메뉴 / 출처=로닉

세울타코 파히타 메뉴 / 출처=로닉

세울타코 파히타 노량진점은 정해진 메뉴를 그대로 주문하는 방식 대신, 고객이 직접 양과 재료를 골라 완성하는 개인화 주문을 앞세운다. 주문은 여섯 단계 선택으로 완성된다. 고객은 먼저 용량을 ‘기본’과 ‘든든’ 중에서 고르고, 구운 채소와 고기를 각각 두 가지씩 선택한다. 이어 12가지 소스 가운데 네 가지를 조합한다. 정해진 메뉴를 그대로 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식사량과 입맛에 맞춰 직접 한 끼를 구성하는 구조다.

이 개인화 주문을 뒷받침하는 것이 매장 안의 AI 시스템인데 실제로는 역할이 다른 두 축으로 나뉜다. 세울타코 파히타의 매장 관리 OS ‘매장하루’는 주문·리뷰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반응과 메뉴 판매 흐름을 분석해 디지털 마케팅과 매장 운영을 지원한다. AI 디스펜서 큐브는 고객이 고른 조합에 따라 채소와 고기를 중량 기준으로 계량하고 식재료별 보관 온도와 재고를 관리한다. 축적된 사용 데이터로 재료 소진 시점을 예측해 준비와 발주를 돕고, 과잉 준비나 낭비를 줄이는 것도 이 조합의 역할이라는 것이 로닉 측 설명이다.

이용현 세울타코 파히타 대표는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메뉴를 고르는 재미와 언제 주문해도 일정한 맛과 신선함을 느끼는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를 통해 주문과 마케팅, 식재료 관리를 체계화하고 고객은 자신만의 멕시칸 한 끼를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셰프의 노하우까지 옮겨 담은 레시피

이번 도입에서는 AI 디스펜서 큐브로 셰프의 맛을 얼마나 재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세울타코 파히타의 메인 셰프는 멕시칸 요리 전문가로, 맛의 완성도에 공을 들이는 브랜드 특성상 로닉 측도 이 맛을 최대한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로봇이 만들면 저렴하다’는 통념과 달리, 이 매장의 AI 디스펜서 큐브는 협동로봇 콘셉트로 들어가 품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로닉이 강조하는 차별점이다.

로닉은 세울타코에 맞춰 식재료를 온장 보관할 수 있도록 AI 디스펜서 큐브를 설계했다 / 출처=IT동아

로닉은 세울타코에 맞춰 식재료를 온장 보관할 수 있도록 AI 디스펜서 큐브를 설계했다 / 출처=IT동아

타코는 정량뿐 아니라 담음새도 중요한 메뉴다. 로닉은 재료별로 용기에 떨어지는 위치를 각각 다르게 설계해 이 문제를 풀었다고 설명한다. 오진환 대표는 “세울타코 파히타의 요청으로 디스펜서 큐브 안에서 식재료를 온장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재료마다 적정 온도를 다르게 설정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비는 분해·조립이 손쉽게 가능해 식기세척기로도 세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찬 세울타코 파히타 노량진점 점장은 “AI 디스펜서 큐브 도입 이후 메뉴 하나를 만드는 시간이 평균 5분 이상에서 2분 이내로 줄었다”면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쓸수록 편해지고, 피크 타임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재료 관리 방식도 달라졌다. 그는 “식재료를 채워넣는 과정도 있지만, AI가 남은 식재료로 몇 그릇을 만들 수 있는지 예측해주기 때문에 이 역시 미리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번 감으로 재고를 가늠하던 방식에서, 데이터를 보고 준비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키오스크와 AI 디스펜서 큐브가 연동돼 있어 주문 즉시 조리를 시작한다 / 출처=IT동아

키오스크와 AI 디스펜서 큐브가 연동돼 있어 주문 즉시 조리를 시작한다 / 출처=IT동아

노량진점을 경험한 고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한 배달 리뷰에는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로봇이 만들어주는데 신기하고 금방 나와서 좋았다”는 후기가 남았다. 로닉 측은 대부분의 고객이 AI 디스펜서 큐브의 존재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주방 기기처럼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AI 디스펜서 큐브가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직접 지켜본 일부 고객에게는 이 자체가 흥미 요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실제 리뷰들에서도 재료 신선도와 양, 가성비, 친절한 응대를 높이 평가하는 반응이 다수였다.

본사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SV 없이도 품질 관리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기능은 관제 시스템이다. 로닉에 따르면 AI 디스펜서 큐브는 계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터 부하, 무게 수치, 센서 수집 값 등 기계적 파라미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특정 식재료의 계량 값이 평소보다 높게 찍히면 뭉침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자동으로 교반 동작을 수행하고, 이 과정이 학습 데이터로 누적되면서 정밀도가 높아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완성된 메뉴는 비전 카메라로 촬영되는데, 이물질 유입 여부와 주문 내역 일치 여부를 자동 판단한다고 한다. 오진환 대표는 “이 데이터는 본사 대시보드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슈퍼바이저(SV)가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품질 이상을 감지하거나 고객 컴플레인 발생 시 근거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AI 디스펜서 큐브는 모듈형 구조라 매장 유형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 출처=로닉

AI 디스펜서 큐브는 모듈형 구조라 매장 유형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 출처=로닉

로닉 측은 경제성 면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AI 디스펜서 큐브의 렌탈 비용은 월 평균 약 250만 원대로, 직원 1인 인건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모듈형 구조라 기능 단위와 유닛 수에 따라 렌탈료가 조절되며, 도입 방식은 일시불, 렌탈, 매출 연동 쉐어 세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덮밥·국밥 이어 무인 매장까지 계획

2022년 설립된 로닉은 초창기 모듈형 조리 로봇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로닉에 따르면 우동 매장과 단체급식 현장을 거치며 하드웨어 안정성과 AI 학습 데이터를 함께 축적했다. 이 과정에서 모듈형 조리 로봇에서 AI 디스펜서 큐브로 재정비했다.

다만 세울타코 파히타 노량진점은 아직 안정화가 끝난 단계는 아니다. 로닉 측에 따르면 신규 매장은 통상 한 달가량 데이터를 축적하며 세부 조정을 거치는데, 노량진점 역시 이 과정을 지나는 중이다. 향후 매장이 늘어나 데이터가 쌓이면 안정화 기간은 더 짧아질 것이라는 것이 로닉 측 설명이다.

세울타코 파히타 노량진점 외관 / 출처=IT동아

세울타코 파히타 노량진점 외관 / 출처=IT동아

노량진점 안정화와 병행해 로닉은 이미 다음 레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덮밥과 국밥, 그리고 무인 매장까지 계획하고 있다. 로닉 측은 우동과 급식에서 쌓은 노하우에 타코로 검증한 외식 브랜드 적용 경험이 합쳐지면 새로운 매장의 안정화 기간은 훨씬 단축될 것으로 내다본다.

로닉이 그리는 큰 그림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매장에서 수집된 주문·재고·선호도·시간대별 매출 데이터를 본사 대시보드로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 시범 운영, 상권 분석을 통한 입지 추천, 재고·발주 자동화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장비에 식재료와 레시피, 유닛 조합만 바꾸면 새 브랜드를 즉시 시범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단일 조리 공정이 아닌 매장 공간 전체를 자동화하는 쪽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로닉에 따르면 AI 디스펜서 큐브는 외식 프랜차이즈 메뉴 카테고리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업종 확장의 제약도 적은 편이다. 우동과 급식으로 기술 기반을 다지고, 세울타코로 외식 브랜드 실증에 나선 로닉의 행보가 F&B 자동화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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