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로 출근하는 '사물함 변호사'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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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물함에 꽂힌 명함 > ‘사물함 변호사’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권 한 공유 오피스의 주소지 대여용 사물함에 입주자 명함이 꽂혀 있다. /정희원 기자

< 사물함에 꽂힌 명함 > ‘사물함 변호사’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권 한 공유 오피스의 주소지 대여용 사물함에 입주자 명함이 꽂혀 있다. /정희원 기자

서울 명문대 로스쿨을 졸업한 개업 변호사 A씨는 요즘 매일 집 근처 스타벅스로 ‘출근’한다.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리기에는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강남권 공유 오피스에 월 3만원을 내고 주소지만 빌리는 이른바 ‘사물함 변호사’를 택한 그는 사건 수임이 끊긴 채 매달 100만원씩 생기는 적자를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내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이 마침내 집단행동으로 폭발했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정문 앞에서 변협 회원들과 ‘제2차 변호사 배출 수 감축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날 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6일 1차 집회에 이어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문과 최고 전문직’의 위상은 이미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쿨 도입 당시인 2009년 약 1만 명이던 변호사 수는 2026년 4월 기준 3만8234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법률서비스의 주된 수요층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감소 국면에 접어든 데다 2040년대까지 감소세가 빨라질 전망이다.

생태계 붕괴의 근저에는 ‘3중 양극화’ 구조가 자리한다. 대형 로펌이 기업·고액 자산가 사건을 독식하고, 대형 네트워크 로펌은 포털 검색광고에 클릭당 5만~10만원을 쏟아부으며 일반 송무 시장을 잠식한다. 남은 틈새마저 가사·상속, 스타트업, 부동산 등 부티크 로펌과 유튜브 팬덤을 구축한 인플루언서 변호사들이 차지한다.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번듯한 회의실이 없어서 카페를 전전하며 상담하다 보니 의뢰인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며 “외형적인 신뢰 부족이 의뢰인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이는 다시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고 털어놨다.

로펌 입사도 쉽지 않다. 서초동 중견 로펌 기준으로 세후 월 700만~1000만원의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인공지능(AI)이 서면 작성 등 어소시에이트(연차 낮은 변호사)의 핵심 업무를 대체하면서 채용 문턱 자체가 높아졌다. 입사에 성공해도 주말 출근과 새벽 영장 심사로 대변되는 초고강도 노동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 취업 대신 떠밀리듯 ‘강제 개업’에 나서는 청년 변호사가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전문직 직무의 70~80%까지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도 인구 비례 기준 한국의 연간 신규 등록 변호사 수는 일본의 약 여섯 배다. 대한변협은 “배출 규모가 조정되지 않으면 청년 변호사들의 저가 수임 경쟁이 심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법률서비스 품질 저하로 국민의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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