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쌓은 문화… 스타벅스가 허문 신뢰[이용재의 식사의 窓]

7 hours ago 8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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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1971년 3월 3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설립됐다. 미 샌프란시스코대 출신인 제리 볼드윈과 제브 시글, 고든 보커 세 사람이 커피 원두와 로스팅 기기 판매를 목표로 창업했다. 알파벳 자음 ‘S’와 ‘T’가 연달아 들어간 단어가 강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해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왔다.

1987년 스타벅스의 전직 홍보 총괄이던 하워드 슐츠가 시애틀 내 여섯 개 점포의 지분과 경영권을 세 창업주로부터 사들였다. 그는 자신의 커피숍 ‘일 지오르날레’ 세 곳을 거점으로 확장을 시작해 1992년까지 140개 매장을 내고 기업을 공개했다.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스타벅스는 87개국에 4만990개 매장을 뒀다. 명실상부한 커피 제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나름의 문화적 순기능을 제공했다. 집도 일터도 아닌,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조성했다. 음반사를 인수해 매장 음악을 직접 관리하고 자체 편집 음반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스타벅스를 순기능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타벅스는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탄 맛이 두드러지는 강배전 원두로 커피 문화를 획일화했다. 골목상권을 죽였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한국 스타벅스(스타벅스코리아)는 1999년 7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열었다. 당시 전국에서 가장 세련된 지역을 점찍어 첫발을 내디딘 스타벅스는 승승장구했다. 불과 5년 만인 2004년 100호점을 돌파했고, 지난해 기준 국내 매장 수는 2114개로 미국(1만6911개), 중국(8011개)에 이어 세계 3위다. 2001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매장을 내며 한글 간판을 시도하는 등 문화적 순기능 배양에도 애썼다. 젊은 세대에게는 넉넉한 콘센트와 편안한 좌석을 갖춘 ‘카공’(카페 공부)의 요람을 자처했다.

이처럼 오래 쌓아 온 스타벅스의 좋은 이미지가 최근 무너져 내렸다. 알다시피 5월 18일 온라인 스토어에서 ‘탱크 데이’라는 이름으로 대용량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다. ‘책상에 탁!’ 등 역사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써서는 안 될 문구로 물의를 빚었다. 해당 기업 총수가 소셜미디어에서 불필요한 이념 노출을 했던 탓에 오해라는 설명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경질하고 영업시간까지 단축하며 전 직원 대상 역사 인식 교육을 했다. 그렇게 여론을 달래고 분위기를 바꾸는가 싶었는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같은 구호를 외친 것이다.

애초에 상대편을 조롱한 것부터 문제지만,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지역을 비하하는 듯한 구호까지 외쳤으니 충격이 몇 배 더 컸다. 혐오 표현을 놀이로 만든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악영향, 인성 교육을 등한시하는 학교 교육 등 여러모로 위태로운 현실에 스타벅스가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됐다. 이렇게 손상된 이미지를 스타벅스는 회복할 수 있을까. 이제 한국 스타벅스는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매장까지 폐쇄했던 미 본사의 사례보다도 더 먼 곳으로 가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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