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윤정]3번의 발사 실패에도 기회 얻었던 스페이스X

7 hours ago 8

장윤정 산업1부 차장

장윤정 산업1부 차장
스페이스X의 상장은 단순한 기업공개가 아니었다. “주식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비전에 베팅한다”며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스페이스X를 둘러싼 ‘팬덤’을 보며 자연스레 머릿속엔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았다. 어떻게 한 민간 기업이 국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우주산업에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대부분은 별종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성공 배경을 머스크의 천재성에서 찾는다. 어린 시절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을 탐독했던 괴짜 기업인 머스크는 분명 비범하다. 남아공,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자리 잡은 그는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상상만 했던 화성 이주를 이야기하고, 또 그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하지만 머스크의 천재성만으로 오늘의 스페이스X를 말할 순 없다. 2002년 머스크가 페이팔을 매각해 번 개인 자금 약 1억 달러를 쏟아부어 설립한 스페이스X는 2006년 3월, 2007년 3월, 2008년 8월 세 차례 연속 첫 로켓인 ‘팰컨1’의 발사 실패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머스크가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 버티고 있었지만 4번째 발사마저 실패하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벼랑 끝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4번째 발사는 운명처럼 성공으로 이어졌고, 뒤이어 NASA의 대형 계약을 따내며 기적처럼 살아났다. 스페이스X가 우연히 행운을 누린 것일까. 아니, 이 뒤에는 수년간 적자를 감내한 벤처캐피털과 투자자, 민간 기업을 키우는 정부, 실패를 끝이 아니라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의 문화가 있다. 일례로 피터 틸의 파운더스펀드는 3연속 발사 실패로 파산 직전이었던 스페이스X에 과감히 투자했고, 이후에도 추가 투자를 이어 갔다. NASA 역시 신생 기업 스페이스X의 가능성을 믿어 주며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실패를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응원하는 미국의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스페이스X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How Not to Land an Orbital Rocket Booster(궤도 로켓 부스터를 ‘잘못’ 착륙시키는 법)’는 재사용을 위해 회수하는 로켓 1단 부스터들의 착륙 실패 장면들을 엮은 영상이다. 로켓이 중심을 잃고 폭발하거나, 산산조각 나는 실패 장면을 전혀 숨김없이 유머스럽게 연출한 이 영상에 사람들은 열광하며, 수많은 실패가 쌓여야 성공이 만들어진다는 데 공감한다.

혁신은 비효율적이다. 수없이 실패하며, 방향을 바꿔야 하고,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을 견뎌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스페이스X를 우주로 밀어 올린 것은 추력만이 아니라 실패를 견뎌낸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기꺼이 투자한 혁신 생태계였다.

최근 한국 역시 우주산업, 바이오, 양자 등을 미래 성장동력이라 말하며 정부 차원에서 ‘K문샷’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혁신은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제 혜택을 늘리고 연구개발 예산을 확대한다고 탄생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스페이스X의 로켓과 기술, 그리고 머스크의 천재성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정말 부러워해야 할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우리였다면 3번의 실패에도 4번째 발사를 허락할 수 있었을까. 한국이 진정 ‘차세대 스페이스X’를 꿈꾼다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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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산업1부 차장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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