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고전 중인 영국 런던증시에서 올 들어 신규 상장이 잇따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런던증시 입성이 기대되는 IPO 기업으로 핀테크업체 이버리, P2P 대출업체 조파, 영국 금융업체 파라메타, 그리스 에너지업체 메틀렌, 중국 패션업체 쉬인 등을 꼽았다.
최근 5년간 런던증시 대표 지수인 FTSE100은 이날까지 6.8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가 75.48% 오른 것과 비교해 매우 저조한 성과다. 런던증시 부진이 지속되자 기업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는 뉴욕 시장에 신규 상장을 추진하거나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에서 신규 상장한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7억3700만파운드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런던에서 신규 상장한 기업은 20개 미만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나타냈다.
FT는 “올해 런던증시에서 주요 기업의 IPO가 예상된다”며 “런던증시가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스페인 은행 산탄데르가 소유한 핀테크업체 이버리가 런던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2009년 설립된 결제 스타트업으로 국경 간 결제, 급여 이체, 환리스크 관리, 비즈니스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경쟁 업체인 CAB페이먼츠가 2023년 상장 후 3개월 만에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주가가 70% 이상 폭락해 이버리도 상장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영국 P2P 대출업체 조파도 올해 런던 IPO 기대주로 지목됐다. 이 회사는 2005년 P2P 대출업체로 설립됐다가 은행업으로 전환해 저축계좌, 자동차 금융과 개인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말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영국 중소기업 대출업체 쇼브룩 역시 기업가치 20억파운드를 목표로 런던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패스트패션 그룹 쉬인도 올해 런던 ‘IPO 대어’로 주목받는다. 로이터통신은 쉬인이 올해 상반기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쉬인 기업가치는 500억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설립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작년에 IPO 서류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제출했다. 현재 영국과 중국에서 규제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스에 본사가 있는 에너지업체 메틀렌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서류를 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